*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같은 완벽주의자는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통제 불능에 이른 사람이다... 이 책은 당신이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당신은 이미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지 않은가. 그보다 이 책은 하나의 허락, 숨을 돌릴 때 당신의 삶이 어떨지 탐구하게끔 하는 허락이다. 열심히 밀어붙이는 것을 멈추는 시간, 성과보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당신은 계속 완벽주의자겠지만 이제 그 완벽주의는 당신의 적이 아니라 조력자가 될 것이다. p.42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매사에 노력해야 하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될거라는 말을 들어왔다. 혼자 뒤쳐질까봐, 누군가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전전전긍긍하며 바쁘게, 열심히 살다보니 결국 스스로에게 너무도 인색하게 살아왔다. 남들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하다거나,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다면 당신도 완벽주의자일지 모른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댄다. 이러한 기준이 좋은 결과로 이끌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만족, 외로움, 고립감으로 내몰기도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20년 경력의 임상심리학자이자 그 자신도 완벽주의자로 살아온 저자 엘런 헨드릭슨은 이 책에서 완벽주의자들의 7가지 심리적 특징을 정리해 각각의 성향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기비판, 미루기, 실수 곱씹기, 남과의 비교가 완벽주의자들의 심리적 특징이다. 완벽주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부정적으로 나타날 때의 심리, 즉 끝끝내 자신을 괜찮다고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 문제이다. 이 책은 자신에 대한 평판에 집착하거나, 기대가 너무 높아서 시작을 못 하거나, 뛰어난 사람을 볼 때 위축되거나 화가 나는 사람 등 다양한 성격의 완벽주의자들을 통해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준다. 규칙이나 성과가 아닌 가치관에 따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들은 아주 간단한 사고와 행동의 전환만으로 가능하다. 중간 중간 '내 삶과 연결하기'라는 항목을 두어 책의 내용을 현실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직접적인 가이드를 해준다.

완벽주의는 우리가 인상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적 존재가 되기보다 유능하고 남달리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속삭인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들과 공유를 한다기보다는 친구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완벽주의는 우리에게 항상 적절히 행동해야 하며, 모든 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필요한 것은 취약성이다. 남들에게 어느 정도 혼란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p.380
서점에서 '완벽주의자'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꽤나 다양한 완벽주의자들을 만날 수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실패가 두려운 완벽주의자, 불안한 완벽주의자, 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한 완벽주의자, 나태한 완벽주의자 등등... 제목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 완벽주의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알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것이 <나태한 완벽주의자>였는데, 이 책은 왜 우리는 완벽한 결과물을 꿈꾸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항상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번에 만난 <유연한 완벽주의자>는 완벽주의자의 내면에 있는 자신에게 가혹한 비평가를 삶의 방해물이 아니라 든든한 친구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완벽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조금씩 바꿔, 자신을 너그럽게 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완전히 상반된 완벽주의자 두 명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었다. 서른여섯에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제작한 월트 디즈니와 전설적인 아동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프레드 로저스는 모두 지독한 완벽주의자였다. <백설공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첫 개봉 당시 현재 화폐 가치로 약 9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결국 디즈니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영화사에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디즈니는 자신과 타인에게 높은 기준을 강요하며 지독히 불안정하고, 극심한 외로움을 겪었다. 반면 31시즌에 걸쳐 총 895편의 에피소드를 내보낸 <로저스 아저씨네 이웃>을 이끈 프레드 로저스는 높은 기준과 유연성을, 책임감과 창의력을 마법처럼 잘 버무려 친근함과 겸손함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두 완벽주의자의 삶이 얼마나 다르게 흘러갔을 지는 짐작이 될 것이다. 저자는 두 완벽주의자의 삶 중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110퍼센트 애쓰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5퍼센트 정도 자신을 덜 몰아붙이거나, 10퍼센트 정도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는 것이라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이 책이 제안하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변화의 기술을 통해 '유연하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면, 지금의 충분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