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식물을 만지고 쓰다듬을 때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동물을 어루만질 때와 마찬가지로 생리적, 심리적 안정 효과가 있을까? 이웃집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처럼 거리낌 없이 공원의 나무를 껴안아야 할까? 원예가 나이를 떠나 모든 사람의 건강에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원예 치료는 우울증이나 기억 상실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 특히 중장년층의 건강 개선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p.163
책상 위에 화분 하나를 놓아두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식물을 바라보면 인지 수행력이 향상되고, 나무를 만지는 것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맨손으로 정원일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왜 그런 걸까? 이 책은 식물과 함께 사는 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준다. 옥스퍼드대학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자연이 우리 몸에 정말 이롭다는 것을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선구적이고 중요한 연구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과학적으로 밝혀낸다. 무엇보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우리의 감각이 자연과 상호작용할 때 우리 몸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신체와 정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알 수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창밖을 바라보고 싶은 충동이 있는 것 같다. 창밖에 녹지가 펼쳐져 있다면 더욱 그렇다. 어째서 그런 걸까? 왜 교실이나 업무 공간에서 자연 풍경이 내다보이면 주의가 그리로 쏠릴까? 우리를 잠시나마 지금 여기서 벗어나게 하는 풍경의 힘이 궁금했다. 2016년에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진은 교실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이 학생들의 인지 기능과 성취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로 한다. 그들은 5개 고등학교의 학생 94명을 무작위로 교실 셋 중 하나에 배정한다. 나무가 있는 녹지가 내다보이는 곳, 빈 벽이 내다보이는 곳, 그리고 창문이 아예 없는 곳 세 군데였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주의력과 생리적 스트레스 수준이 비슷했지만, 활동을 마칠 무렵에는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다. 창밖으로 자연 풍경과 녹지가 내다보이는 교실의 학생들이 나머지 두 군데의 학생들보다 시험 결과가 훨씬 좋았으며 평가 과정에서 높아진 스트레스 수준도 한층 빨리 떨어졌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자연 풍경을 볼 때 일어나는 이런 변화에 대해 생물학적 기초 지식부터 시작해 의학과 심리학적 요인을 분석하며 그야말로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해준다.

집과 온실에 이국적인 식물을 전시하는 취미는 조지 시대와 빅토리아 시대를 거쳐 20세기까지 대유행했다. ‘응접실 야자수’는 많은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장식 요소로 떠올랐으며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다양한 야자수나 양치류, 기타 튼튼한 식물을 총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사람들의 열광은 식물 자체에만 그치지 않았다. 정물화가 벽을 장식하고, 아르누보 건축물이나 윌리엄 모리스와 같은 디자이너의 영향으로 벽지, 가구, 패브릭에도 자연 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 이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p.212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사물을 만지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아기를 가게에 데려가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만지고 싶어하는 이유도 인간은 촉각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촉감은 어떨까. 우리가 식물을 만지고 쓰다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동물을 어루만질 때와 마찬가지로 생리적, 심리적 안정 효과가 있을까? 아이들에게 휴대전화 원예 게임과 실제 흙을 채운 화분에 식물을 심는 활동을 하게 하고 생리적, 심리적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심박 변이, 피부 번도도, 체온을 즉정하고 기분 빛 불안 수준을 설문지로 확인해보았다. 그 결과 아이들은 원예 게임보다 실제 식물 놀이를 할 때 생리적으로 훨씬 더 안정되었다. 또한 더 편안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불안도 현저히 줄어드는 심리적 안정 효과도 나타났다.
저자는 그 밖에도 식물을 만지는 행위에 대한 다양한 최신 연구 데이터를 통해 일상에서 녹색 식물을 보고 만지는 일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주고 정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자연경관의 효과부터 시작해 우리가 식물의 색을 어떻게 감각하고 다양한 색상의 식물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시각, 후각, 촉각, 청각 등 우리의 감각 별로 장을 나누어 설명해준다. 자연의 다양한 색채가 우리의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허브나 장미 등 식물의 향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지, 새 소리와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지닌 특별한 효과와 식물을 만지고 쓰다듬을 때 우리의 심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우리의 오감과 식물이 맺는 관계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자연을 실내에 들이는 인테리어가 중세시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플랜테리어가 수백 년 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기했다. 이 책은 우리를 치유하고 지탱하는 식물의 힘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조목조목, 탁월하게 정리하고 있다. 덕분에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을 꿈꾸게 될 것 같다. 우리가 초록에 끌리는 과학적인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