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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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라는 말은 공허하지도 않고 유약한 사람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지금 이 시대에 이런 말을 하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세상이 규정한 연약한 선함의 모습은 사실 없다. 당신의 삶의 방향은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어디선가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길 바란다. 무정도 유정도 아닌 다정을 기억하면서 지금처럼 용기 있게. p.18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된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에 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저런 동화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니 신기하구나 싶었다. 해외 여행 티켓을 구매하고는 갈 수 없게 되어 대신 자신과 여권의 영문 이름이 같은 사람을 찾았고, 그 프로젝트는 결국 '93년생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로 이어져 278명이 약 254만 원을 후원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작고 사소한 착한 일이 선한 연대가 되어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아무 관계가 없는 완벽한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이기도 하는 것, 이 책은 바로 그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 이후로 이전보다는 조금 더 타인을 의식하면서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으로 인해 행복한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함께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마음을 통해 자신이 사회적 존재임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착한 일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 사회의 문화와 제도를 바꾸어나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편법으로 강사를 해고하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무심한 사업장, 점점 AI로 대체되는 사람들의 일자리... 갈수록 사람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다정한 기술 사회가 도래할 거라고 믿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정함을 읽지 않는 것, 누군가를 인간성을 상실할 극한 상황으로 내몰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를 조금 더 인간다운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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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고 엮는 동안 다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따라다녔다. 나름의 답을 하자면, 그건 나와 다른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며, 그의 처지가 되어 사유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의 잘됨을 위해 움직이는 행위이다. 그러한 선택은 어디에서 소멸되지 않고 누군가를 통해 연결되고 확장되어 반드시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 우리가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의 실체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야 한다. 정확히는 다정한 선택을 해나가야만 한다. p.231
언젠가부터 '다정함'이 우리 삶의 화두가 되었다. '다정'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서점에 검색을 해보면 꽤나 많은 책들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선두에 있었던 것이 아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어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라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말하는 이 책은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를 밝히면서 매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 책이 진화인류학의 관점에서 다정함에 대해 말했다면, 이후에 만난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는 뇌과학의 시점으로 인간의 협력과 이타주의에 대해 풀어낸 책이었다.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적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이타주의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고 공감과 다정함의 실체를 파헤치며 인간의 이타적 행동 속에 존재하는 일정한 규칙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에 비해 김민섭 작가의 책은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사회학적인 통찰을 담고 있어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혐오와 폭력, 차별, 무관심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정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책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특히나 이 책은 각자도생의 한국 사회에서 작가, 대리운전 기사, 동네서점 주인, 출판사 대표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내온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바로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더 시사하는 바가 많았던 것 같다. 개인의 일상과 선한 영향력을 분리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을 배워보고 싶었고, 혹시 내가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정함이 다음 세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나아가 다정함이 가치의 영역이 아니라 지능의 영역이 될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믿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일이 손해 보는 일이 되지 않는 세상, 다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구나, 다정해야 잘될 수 있구나, 하고 감각하게 되는 시대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