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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대구
  • 마크 쿨란스키
  • 25,200원 (10%1,400)
  • 2024-12-20
  • : 6,27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바이킹은 초록이라곤 없는 초록의 섬이나 흙이라곤 없는 돌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떻게 그들은 거기서 또다시 나무의 땅과 포도나무의 땅까지 갈 수 있는 양식을 조달했을까? 감히 내륙으로 들어가 식량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아이슬란드의 사가에 기록된 것처럼, 985~1011년 사이에 있었던 다섯 번의 원정 동안에 이 스칸디나비아인들은 과연 무엇을 먹었던 것일까? 바이킹들이 그처럼 멀고도 황량한 바다까지 여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대구를 보존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p.45



포르투갈에 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에 바칼라우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어로 '대구'를 뜻하는데, 보통 소금에 절인 대구를 이용한 요리를 말한다. 구워먹기도 하고, 튀겨 먹기도 하는 등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이 더 저렴한 명태를 더 많이 먹는 편이다. 명태는 대구과에 속하는 어류로 가공한 방법에 따라 황태, 북어, 코다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우리에겐 반찬으로도 익숙한 식재료이다. 


그런데, 이런 물고기가 인간의 전쟁과 혁명을 좌우하고, 역사를 뒤바꿨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역사 분야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는 마크 쿨란스키가 1997년에 발표한 것으로, 국내에는 2014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최재천 교수의 감수를 더해 새롭게 재출간되었다. 


마크 쿨란스키는 극작가, 어부, 항만 노동자, 요리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는데, 그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7년간 밀착 취재하고 고증한 작품이라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당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대구라는 물고기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삶과 문화, 역사, 환경 문제까지 세계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냉장고라는 것이 나오기 전까지 상한 식품은 만성적인 문제였으며 여러 가지 상품의 무역을 심각하게 제한했다. 과거에는 고래에만 사용했던 소금 절임 기법을 대구에 적용하게 되면서, 먼 거리를 항해할 수 있던 바이킹은 콜럼버스보다 500년 빠르게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이는 역사적으로도 아주 큰 발견이다.




고래를 사냥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과, 고래를 구경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자연은 오락과 교육을 위한 귀중한 예시로 축소되는 중이며, 이는 사냥보다 훨씬 덜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원을 제외하고는 자연이 전혀 남지 않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 우리는 상업적 사냥을 포기한 대신 가축용 포유류를 길러 고기를 조달하며, 야생의 포유류는 최대한 잘 보전하려고 한다. 물론 포유류를 죽여 없애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죽여 없애는 쪽이 더 어렵다. 하지만 1000년에 걸친 대서양대구 사냥 이후에 우리는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306



대구의 살에는 지방이 사실상 거의 없고 단백질이 무려 18퍼센트 이상이어서 물고기 중에서도 유별나게 높은 편이다. 대구를 말리면 그 살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물이 증발해 결국 농축 단백질이 되는데, 말린 대구는 단백질이 거의 80퍼센트에 달한다. 게다가 대구는 거의 버릴 게 없다. 머리는 몸보다도 더 맛이 좋으며, 부레는 산업용 원료로 쓰이기도 하고, 알, 간, 창자, 껍질, 내장과 뼈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대구는 다른 생선에 비해 커다랗고 번식도 왕성하다. 자연스럽게 대구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경쟁이 심해졌고, 대구 어획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700년대 영국이 식민지인 뉴잉글랜드에 시행한 대구 무역 제한은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이었고, 산업혁명으로 인한 어업 기술의 발달로 대구의 수가 줄어들자, 급기야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 어업권을 둘러싸고 세 차례에 걸쳐 ‘대구 전쟁’까지 벌인다. 이 전쟁은 세계 각국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대구 요리법도 소개되어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시대별 대구 요리법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중세 시대 프랑스식 조리법과 잉글랜드식 조리법의 비교부터 시작해 대구 머리를 불에 굽는 방법, 차우더 조리법, 푸에르토리코의 토착 요리인 소금절임대구와 쌀 요리, 아이슬란드의 전통 음식인 속을 채운 대구 알집 요리 등 무수한 나라들의 방대한 문헌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대구 요리법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권말 부록에 '6세기 동안의 다양한 대구 조리법'이라고 별도로 요리 레시피들만 모아서 정리해두기도 했다. 익숙한 요리들도 있었고, 이름만 봐서는 맛을 짐작하기 어려운 신기한 요리들도 있어 대구 요리법을 모아놓은 책으로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인류 역사상 중요한 어종인 대구는 어자원 파괴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구의 산란성을 근거로 무분별한 남획 결과 결국 상업적 멸종 위기를 초래했고, 1992년에는 대구 어업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대서양대구의 개체수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환경 보존의 중요성은 저자가 이 책의 초판을 쓰던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지금, 이 책이 더욱 시의적절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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