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봄밤>이 실려 있는 권여선의 소설집. 문창과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꼭 읽어야하는 단편소설 모음 리스트에 항상 <봄밤>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왠지 내겐 꼭 읽어봐야겠다는 부채감을 안겨주던.
<안녕 주정뱅이>라는 제목이 알려주듯 모든 단편이 술과 관련돼 있다. 술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건지? 소설가 본연의 임무는 관찰이라고들 하지만.. 권여선은 유독 집요하게 일상의 단면을 응시하고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핏 소설과 연관되어 있지 않아보이는 그 응시와 관찰만으로 무언가를 전하는 공력이 대단하다. 몇몇 단편에서는 <레몬>에서 느꼈던 스릴러의 기운. 서늘함도 엿보였다. 특히 악에 바친, "내 탓이 아닌데 어쩌라고" 식으로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인물들을 너무 잘 그려내는 것 같다. 저자가 인간 그 자체를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애주가임을 고백하는 작가의 말이 웃기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