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매력(?)적인 신간 소설이다. 관계라는 양팔저울의 다른 접시에 올라와 있는 나와 너 사이의 입장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아무 일 없는 양 보여준다. 그렇게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는 못했는데 졸다 읽다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미 등장인물들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것도 같지만, 소설에서처럼 누구에게 미안해해야 하는지 무엇을 미안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단편들 중 마지막에 실린 '안나'가 전체 맥락을 가장 잘 구현한 것 같다.
나는 중간 즈음의 '영영,여름'이 가장 좋았다. 전체와는 궤를 약간 달리하는데, 주인공들이 주어진 환경에 의해 타자 혹은 끼인 자가 되어버렸다는 점과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래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만은 않는다는 것이 안도가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기는 하지만 위로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