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있다. 물론 나도 정시를 준비하는 '정시충'이다. 나는 영어성적이 영 좋지 않아 스스로 조용히 꿋꿋하게 정시의 길을 걷는 학생이지만 내 친구는 자퇴를 번복하는 바람에 요란하게 정시를 준비하게 된 아이다. 정이 많은 친구고 생각이 많은 친구다. 친구관계때문에 자퇴를 생각했고, 친구관계에 신경쓰느라 공부에 방해가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난 그 친구가 좋다. 인간답다.
나의 친구는 일기를 쓴다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고교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고. 우리 학교 아이들은 이야기했다. 또 쓸데없는 짓 하네. 그러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한 자라도 더해.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일기는 감정과 시간의 낭비이니까. 그 시간에 수학 한 문제가 더 효율적이지. 그런데 나는 오늘 일기가 간절했다. 그리고 일기를 나의 뇌까림을 이곳에 적어본다.
힘들다. 찌질하게도 힘들다. 공부라는 건 왜 해야하는 걸까라는 내가 살면서 가장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질문을 계속해서 나 스스로에게 던질 정도로 힘겹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 못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 그러나 쉽사리 얻어지지 않는 말 '잘한다.'
이 한줄로 요약되는 상황이 나를 꽤나 힘겹게 한다. 왜 나만 안되는가 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고 한 없는 자괴감에 빠지고, 나보다 못했는데 지금은 나보다 잘하는 그 아이에게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히기가 쉽지는 않다.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한심하다고 여기는 것 같고,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 그런 감정.
욕심이 주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감정. 공부라는 끈을 왜 나는 이토록 힘겹게 힘겹게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욧심을 버리자 욕심을 버리자 인생을 즐기자 수없이 되뇌어도 꼭 모의고사 상위 1%가 되겠다는 욕망, 좋은 대학을 합격해 버리겠다는 욕망은 다시 내 머리속을 가득채우고 있다.
주여 부디 제게서 이 무서운 욕심을 앗아가 주세요. 저 약간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