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와 엄마가 행복하게 성장하고 싶은 바다낙타입니다.
그런데 오늘 읽은 책은 아들과 아버지의 시간에 대한 책이에요.
아들과 아버지는 어떤 관계일까요?
저는 엄마이자 딸 이기 때문에 둘의 관계를 알 수는 없어요. 다만 남동생과 아빠의 관계, 남편과 시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내 아들과 남편과의 관계들을 통해 경험해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에 보기 좋은 모습도 있었고 다툼도 있었고 아버지를 통해 배우는 아들의 모습들이 있었어요. 제가 이번 서평을 쓰게될 '아들과 아버지의 시간'은 어떤 모습들이 담겨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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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잡고 바닷가를 다정하게 걸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에요. 아마도 둘은 대화를 많이 나누고 들어주며 함께 성장한 관계인가봐요.
박석현 작가
여행을 일상처럼 살았던 자유로운 영혼
여행만큼 삶에 큰 지혜의 틀이 되어준 것은 없다고 할만큼 그 시간들이 소중했다.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두 아이의 가장이 된 지금,
몸은 비록 자유롭지 못해도 영혼은 자유를 꿈꾸며 자신의 소중한 여행을 아들과 나누고 있는 사춘기 딸과 아들을 둔 아빠
박석현 작가님은 어린시절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그리웠다고 해요. 그래서 자신은 아이들에게 많이 표현하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멋진 분이에요.
책을 읽어보면 아버지는 작가님을 사랑하고 믿어주고 지지해주었던것을 알 수 있어요. 단지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하는 것을 쑥쓰러워 하셨던것 같아요. 작가님이 아버지와 둘만의 여행도 없고 더더욱이나 추억도 없기 때문에 아들과의 여행을 더 많이 다니셨다고 해요.
그리고 아들과의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았기에 이제는 아버지와 둘이 여행을 해볼까 했는데 둘만의 여행은 아직 못하셨어요. 대신 가족 모두와의 여행으로 아버지와의 여행을 함께 하는데 서로 어색한 사이 속의 편안함을 찾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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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아버지는 엄하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혼내는 말을 더 많이 하셨던 어려운 분이세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비슷한걸까요? 가족을 사랑하지만 일터에서 돈을 버는것이 더 중요하고, 가족과 함께보다는 아버지 친구분들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셨더랬어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많은 곳을 여행하고 체험하게 해주고 추억을 많이 쌓아야지 마음 먹었어요. 그뒤로 여행이다 캠핑이다 부지런히 다녔는데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라 갔다오면 피곤해해서 제 욕심만(?) 차리진 못하겠더라구요.
그리고 여행은 많이 다니지만 남은것은 사진과 각종 박물관 및 체험 위주의 경험들 뿐이었지 정작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여유있게 책을 보진 못했던것 같아요. 아이와 별하늘을 보면서 이야기 한적이 있었던가? 자연을 벗삼아 캠핑을 갔어도 저녁엔 준비해간 영화를 틀어주는것으로 마무리 했던 지난날들이 떠오르네요.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이런거였나봐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하는 경험의 부재.
인문학 여행이라고 해서 많이 어려울줄 알았는데 그동안 아버지가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풀어나가서 저도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제가 가끔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더 해달라고 했었는데 목도 아프고 귀찮기도 해서 다음에~하고 제가 일방적으로 끝냈었어요.
포기도 학습의 결과인가봐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계속 조르더니 이제는 이야기 해달라고 말하지 않아요. 책을 읽고 그것을 깨닫고는 서글퍼졌어요. 지금이라도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볼래?하고 아이들을 다시 불러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어요.
작가님은 우리가 오랜시간이 지나 아이들 곁을 떠나도 아이의 기억에 평생토록 남을 수 있는 추억을 많이 선물한다는 말이 와 닿았거든요.
그리고 이 노래도 함꼐 소개하셨는데 마음을 울려서 같이 읽으려 공유해요.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양희은 가수의 <엄마가 딸에게>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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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좀더 나은 삶을 꿈꾸며 달려가지만 문득 뒤돌아봤을때 어느새 혼자가 되어 달리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성공을 하고 돈이 많다고 해도 그 외로움과 맞먹지는 않을것 같아요. 행복은 혼자 느낄때와 함께 느낄때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오늘 아침에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았어요. 어느 유명한 여자 아이돌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남들이 보기엔 화려하고 예쁘고 인기도 많아 모든것을 가지고 있는것 같았지만 25년 인생의 대부분은 외로움이었다고 해요. 그 외로움을 떨쳐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거센 비난과 악플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마감한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도 먹먹하고 외로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함께의 소중함,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요.
아이들이 어릴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꼭 안아주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갔을때 뽀뽀해주며 잘 갔다오라 하고 다녀와서는 눈 마주치며 일상을 물었었는데 어느정도 컸다고 생각하니 그런 행위들을 소홀하게 했던것 같아요. 제 성장에 관심이 생기면서 24시간 같이 있지만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했던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었어요. 같이 있는게 당연하게 되버린거에요. 항상 같이 있으니 이건 안해도 되겠지, 건너뛰어도 되겠지 하고요.
아이들이 더 커서 엄마의 애정을 부담스러워 하기전에 제가 먼저 다가서야겠어요. 지금도 작년 여행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부쩍 큰것이 느껴지거든요. 아직 어린아이일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품을 떠나려 하는 시간도 금방 올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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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무엇이고,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 삶에서 여행이란 무엇일까?
p27
전 작가님이 한 우린 모두 지구별로 여행을 떠나온 여행자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요.
작가님이 아들에게 우리는 지구별을 여행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를 따지며 서열을 만들지 말고 인품과 내공을 보고 친구가 되라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 아들과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어릴적부터 많은 노력을하고 있고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요.
저도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돈을 벌고 모으는 것도 여행에 맞춰있었어요.
매해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안달을 냈었고 비행기 마일리지를 모았으며, 한달에 한번이상은 국내여행이나 캠핑이라도 가려고 남편을 졸랐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떠나는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것 같아요. 일상에 대한 이탈? 가족들과의 추억? 어찌보면 약간의 허세?
그렇게 떠나고 싶어했는데 목적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요. 그때그때 눈 앞의 것들에 집중하고 쫒아다녔기 떄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유와 휴식을 갖는 목적보다는 여행일정을 소화하고 하나라도 더 사진에 담으려 더 빡빡한 계획을 세웠기에 내 자신을 만날 시간이 미처 없었던것 같아요. 작가님은 여행을 떠나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데 전 하루가 눈 깜짝할새 지나갔거든요. 발에 휴족**을 붙이며 뿌듯해했던 지난 여행들...각자 맞는 여행스타일이 있겠지만 나에게 선사하는 휴식의 여행은 해본적이 없어요.
다음에 떠나면 아이들과 여유있게 책도 읽으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주가 되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과 지구별에 있는 고향찾기도 해보고요. 그러자면 제가 좀 더 부지런하고 아이들과 소통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겠지만 행복한 시간이 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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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자가 길을 가다 마차를 만났다.
다리가 아파서 태워달라고 부탁했고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다.
"이정도 속도라면 30분 정도 걸리지요."
나그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잠시 잠을 청했다.
깨어보니 30분정도 지나있었다.
목적지에 다 왔냐고 묻는 말에 마부는
"여기서 1시간 거리입니다."
황당한 나그네가 아까 30분이라고 했는데
왜 1시간이냐고 묻는 말에
"이 마차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마차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P146 탈무드 일화에서
여행은 인생과도 같아요.
마라톤과 같은 인생이란 여행길에 내가 가고 싶은 목적지가 어디인지, 방향이 어디인지 아는것은 중요하다고 해요. 삶의 목적이 있다면 올바른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내 템포를 조절하면서 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내가 참고하고 있는 이정표가 올바른지 알려주는 사람들이 무척 중요하다고 해요. 혼자서 무심코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말고 벗들과 함꼐 잘 준비된 길을 가는것.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보다 서로 도움이 되는 진실한 몇 사람과 사귀는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간관계가 정리되었다는 말을 종종 들을때가 있어요. 저부터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함께했던 시간에서 온라인에 집중하괴 된 이후로 인간관계나 소문에 심플해진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것이 적응이 안되고 사람들과 멀어지는것이 불안했지만 지금은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심플해진 관계속에서 남은 사람들이 더 소중해졌구요.
예전 수업에서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과 이야기에 흔들리고 에너지를 뻇긴다는 말이 이제 와닿고 있어요. 나를 숨기면서 남들에게 맞추고 함께 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반응과 태도에 일일히 신경쓰고 상처받았던 시간들을요.
결이 같은 사람들이란 말이 참 좋아요.
내가 목적지를 정하고 걸어가다보면 나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게 되겠죠? 같이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도 하고 꿈도 이야기 하며 힘들면 쉬어가고 길을 잘못 들면 같이 찾아주는 멋진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은 미숙하고 내 꿈이 뭔지 찾고 있지만 꼭 나와 결이 같은 사람들에게 좋은 벗이 되고 싶어요.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가족들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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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예전만큼 자유롭게 여행을 하지 못하는 일상이에요. 여행을 가도 최대한 사람들이 적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적은곳을 다니려 하고 있어요. 여행을 못가서 아쉽다면 아이들과 방구석 여행을 하는것도 추천해요.
방구석 여행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떠날수 있거든요.
1. 기자가 되어 여행지로 떠나기
부모는 메인 앵커가 되고 아이는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 역할을 한다.
실제 뉴스에서 보도본부에 있는 앵커가 기자에게 질문을 하면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가 대답을 하듯, 아빠가 아이에게 여러 질문들을 하면 아이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놀이를 하면 된다.
어딘지 물어보기, 이어서 뭐하냐고 물어보기, 누구와 인터뷰를 했는지 물어보며 즉흥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상상력 자극에 강력 추천한다.
2. 인터넷 지도를 통한 여행하기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이용하면 시골 마을의 골목까지 자세히 볼수 있다.
이전에 가본 곳들로부터 시작해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점점 나아간다.
항공뷰와 거리뷰를 이용하면 현지에서 보는듯한 체감을 할 수 있다.
재미는 있지만 금방 지루해지는것은 단점.
이렇게 보니 작가님이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구나 알수 있었어요. 호기심많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아들과 경기도 기자단인 딸과 함께 해보고 싶은 놀이에요. 코로나가 끝나면 가고 싶은곳을 잔뜩 써 놓은 아이들과 하나하나 해봐야겠어요.
작가님은 아들이 어릴적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고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나와 건강 하나만 바라며 지금까지 키웠는데 커가면서 이것저것 잘하는 아들을 보며 자꾸 기대감이 커졌다고 해요. 내 기대가 아들의 부담이되지 않게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아들이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해요. 앞으로 더 성장하여 세상에 나갈때 아빠라는 든든한 고목이 곁에서 너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길 바라며 넓은 세상을 세상보다 더 큰 가슴으로 품고 살아가는것이 바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만 여행다니고 딸과 아버지의 시간이 없았나 궁금했는데 책의 뒷편에는 딸의 이야기도 하셨어요. 본인을 많이 닮은 딸과 상대적으로 시간을 갖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아들보다는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것 같아 더 크기전에 딸과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해요. 가족의 소중함 중에서도 특히 딸의 소중함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고 사는것은 아닌지 일깨워준다고...
이 책을 처음에 우리 아이들과 남편에게 적용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대상이 아버지와 아들일 뿐이지 딸과 어머니의 여행이나 나와 배우자의 여행으로도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자상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정도의 놀이를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남편이 내심 아쉬웠는데 남편을 작가님처럼 해보라고 권하지 말고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내 시간과 아이들 시간의 배분때문에 요새 고민이 많았는데 규칙적인 패턴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시간에 집중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항상 해야할것들이 머리에 있어서 정작 아이들과 있을때 눈은 핸드폰에 가있고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입으로 건성건성 대답하고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나 망치로 머리를 맞은듯해요.
마지막으로 이 일화를 소개하고 책 서평을 마칠까 합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말고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사는것. 코로나로 힘든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것 같아요.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과 내일이 온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야한다.
P215 일본의 쓰나미 후 유치원생인 외동아들인 라이토를 3일 만에 찾은 어머니 스키모토의 말
*마이다스북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 받아 쓴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