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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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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말 외롭다.

 

일하는 병원 뜨락에 목련꽃 몽우리가 맺힌다.

수선화도 얼굴을 피기 시작했다.

좀있으면 개나리도 불붙을 듯 하다.

언제나처럼, 봄은 미친 것 같은 기운으로 찾아온다.

 

천천히 자전거를 밟으며 강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평화와

지독하게 계속되는 통증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나도  이 꽃들이 질 때 죽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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