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펀딩을 보자마자 참여했던 책.
곽재식 작가님의 <정직한 첩보원>은 이중스파이면서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 정영재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는 이야기는 착한 이야기일까요. 작가님의 입담을 따라 유쾌하게 읽어가고 나면 이야기의 끝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여운이 남습니다. 정영재는 모두를 지킨 사람일까요, 자신이 살아남는 유용한 방법을 찾아낸 사람일까요. 선악으로 가르기 어려운 인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최희라 작가님의 <푸른 달빛은 혈관을 휘돌아나가고>는 운명에 시달린 여성이 흡혈귀가 되어 살아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 정지용의 향수가 떠올랐는데, 생각해보니 아름다운 문장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의 내부는 슬프고 치열하다는 점이 닮았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등장인물 모두 생생하고 안타깝습니다.
배명은 작가님의 <호열자>는 작가님이 괴이한 것을 다루는 방식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수상한 한의원도 떠오르고요. 의학이 지금보다 발전하지 않은, 시대까지 흉흉한 그 시기 질병이 가져다주는 공포는 지금보다 더 컸겠지요. 모르는 것은 늘 두려운 법이니까요.
이작 작가님의 <피와 로맨스>는 처절한 시대를 치열하게 싸워나갔던 독립운동가 현진건과 현정건, 현계옥의 이야기입니다. 억압의 시대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우는 삶을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님 글은 처음 읽었는데 사무치게 아팠어요.
홍지운 작가님의 <백호서낭반혼전>은 작가님 후기를 빌리자면 ‘뭘 모르는’ 이들, 시대에 맞서는 영웅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님의 인물들은 정말 선명하고 매력적이에요. 호랑이 먹이가 되길 자처했던 소녀의 이후 삶이 궁금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독립유공자에게 수익금이 기부되는 책입니다. 힘든 시대에 용감하게 싸운 이들의 후손이 힘겨운 삶을 살지 않는 세상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