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주인공은 어딘가 이상한 자신이 비로소 편의점에서 점원으로서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고
느낀다. 다른 이들에게 일반적이지 않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타인의 말투를 따라 하고 표정을 꾸며내어 남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척
연기한다. 주인공이 보기엔 타인의 천편일률적인 감정과 생각, 나이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정해져 있는 사회가 모순되어 보이고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괴상한 생물을 보는 묘한 눈빛으로 쳐다봐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에 자신의 말과 생각을
숨기고 평범해 보이려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 그러면서 언제나 불편함이 제거되고 질서와 평화가 재생되는 편의점에 동화되어 그곳에서만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18년 동안이나 한 곳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이 아무리 평범한 척하려 해도 남들의 눈엔
이상하게만 보였을 것이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져 타인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주인공은 매뉴얼대로만 하면 겉으로 평범해 보이기
때문에 편의점과 점원 직에 매료된다. 하지만 정작 편의점은 이물질은 빠르게 제거해버리고 평범함과 질서를 되찾는 공간으로 사회의 이물질 취급당하는
주인공과 대비되어 아이러니한 느낌을 준다.
사회는 편의점 같아서 이물질을 견뎌내지 못한다. 각종 규제, 법, 도덕, 다수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 권력자의 말이 옳게 여겨지는 풍토, 나와 다른 소수자들을 배척하고 따돌려 이단자로 몰아가는 암묵적 동의와 같은 것들. 주인공은 사회에
적응하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사회의 축소판인 편의점에서 피상적으로나마 평범한 점원으로서 적응하려 했다. 계속 실패만 해오다가 유일하게 조금 평범해
보이는 데 성공하니 편의점에 지나치리만큼 집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처럼 보이던 그것도 편의점을 그만두게 되자 착각이었던 사실을 깨닫는다.
18년 동안 일하면서 그동안 직원 회식에 끼워주지 않았고 그만두는 때가 되어서야 진짜 사람처럼 대하고 동거남 이야기 같은 사담을 꺼낸다.
주인공의 눈엔 이상하게만 보이지만 내 눈엔 이제야 정상이라 생각하고 안심한 게 보여 그동안의 태도가 더욱 가식적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나도
살면서 가식적으로 사람들을 대한 적이 있기에 조금 찔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남을 따라 하기만 하는 주인공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도
남들의 눈치를 보고 대세를 따르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타인의 의견, 다른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은 공적인 감정, 그들의 옷
스타일, 화장법, 말투, 나이 대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삶의 체크리스트. 주인공보다는 덜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게 주변 눈치와
분위기를 읽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사는 게 평범해 보이고 튀지 않을뿐더러 일반적이라 여겨지니까. 남들과 비슷해야 그들에게 받아들여진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무리에 소속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편의점 점원으로 평범하게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은 주인공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던 생각, 그렇게
'척'하는 것이 진짜 자기 인생을 사는 걸까 하는 의문이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왔다. 편의점과 평범함에 자신의 인생을 던진 주인공은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나는 그동안 줄곧 편의점 같은 사회를 살아오면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어딘가 허무함을 느꼈다. 남이 만든 인생을 사는 것 같고 자신을
숨기니 외로워졌다. 이해받고 싶어서 남을 따라 했지만 정작 나를 이해받지 못했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방법일까. 줄곧 편의점에 있었지만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 그대로 머무를지 모르겠다.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하겠지만 계속해서 생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