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 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쪽)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끝>
<주먹곰>: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책읽으며 쉬기
2013/08/08 12:56 수정 삭제
http://phillia0424.blog.me/80195685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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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 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쪽)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끝>
<주먹곰>: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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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8 12:56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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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 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쪽)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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