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마음대로 갖고 놀 이야기가 가득, 마주선생 시리즈
2013.1.29. 우경숙
http://phillia0424.blog.me/80180374184
옛이야기 마냥 친근하고 자유로운, 그러면서 해학이 넘치는 작품을 펴내는 동화작가가 있다. 바로 <해를 삼킨 아이들>의 김기정 작가님. 3학년인 우리 반에선 추리물 이야기인 <멍청한 두덕씨와 왕도둑>(김기정, 미세기) 시리즈가 단연 인기이다. 허술해보이는 두덕씨가 헤쳐나가는 이야기 구비구비 아이들은 키득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김기정 작가님이 이번에 새 작품을 내셨다. 권마다 네 편씩의 단편이 실려있다. 단편마다 한 아이 마음에 바짝 다가간다. 그야말로 '어린이 여러분'이 아니라 '00어린이' 를 향한 이야기이다. 재미난 책을 읽고나면 요걸 우리반 녀석들에게 읽어주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죽을 지경이다.ㅎ
'마주선생의 초대장'-마주 선생과 놈들의 방1
마주선생과 놈들의 방 시리즈는 3권까지 나와있다. <마주선생의 초대장>, <똥구네 집은 어디인가?>, <악당 반장> 이렇게 세 권이다. 개학 4일째 오늘은 <마주선생의 초대장>중 1편 '마주선생의 초대장'을 읽어주었다. 아이들과 노는 척이 아니라 제대로 놀 줄 아는 마주선생의 등장에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다가앉는다. '마주선생과 놈들의 방'이란 2학년 5반의 이름에 아이들은 빵 터졌다. "놈들이래.ㅋ"
마주선생네 반 아이들 서른 두 명과 전학 온 '고마'의 첫 만남. 고마는 낯선 반에 전학 가는 일이 두렵고 긴장된다. 2월이니 입학을 앞둔 예비 초등학생이나 곧 새 학년을 맞아 새학급에서 만날 선생님과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여느 초등학생들도 긴장되고 설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교라는 낯선 사회가 하나의 '집'이고, 교실은 무리지은 친구들이 배우는 '방'이라면 긴장이 좀 덜할까. '개인: 집단'의 만남은 언제나 개인에게 알아서 적응하라고 눈치껏 하라고만 말한다. 그런데 새 담임선생님이 전학올 친구에게 초대장을 보낸다면?
한 명 한 명이 고마와 1:1로 마주 인사를 나누게 만든 마주선생의 마음씀씀이가 '놈들의 방'에 생기를 더한다. 32:1을 1:1로 바꿔놓는 마주선생의 기지가 발랄하다. 마주한다는 건 이런걸까. 전학생에게 전학 간 첫날 등교는 혼자서만 불쑥 낯선 이가 되어 발을 들여놓아야한다. 불편하고 뻘쭘하다. 한 명 한 명 먼저 고마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놈들'과 만나는 아침~~~. 어느새 놈들은 고마를 반긴다.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1반에 축구시합 도전장을 보내라~" 며 오마주 선생님이 불끈하는 대목에서 듣고 있던 아이들이 빵 터졌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이 어른인 선생 입에서 나오니 그런가보다.
'똥구네 집은 어디인가?'-마주 선생과 놈들의 방2
3학년 2학기 국어 읽기 마지막 단원(3-2-7. 마음을 읽어요.)은 이야기 속 인물의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낸 만화를 읽는 단원이다. 수록된 만화들이 어찌나 교훈성을 띄는지(세뱃돈소동, 삼년고개 등등)... 오늘은 마주선생시리즈 2탄에 실린 단편 네 편 중 '똥구네 집은 어디인가?'를 들려주고, 마주선생이나 동구의 마음을 만화로 그려보게끔 한다. 서른 두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가정방문을 다니시는 우리의 마주선생. 그러나 마주선생은 언제 올 지 알려주지 않고 느닷없이 방문 오시는 통에 동구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형편없는 수학시험점수를 부모님께 말씀드릴까봐 마음이 불편한게지.
가정방문을 위해 동구네 집을 찾아헤매는 과정이 어찌나 고된지 '득도'의 과정같다. 108계단을 무거운 쥬스세트와 떡보따리를 들고 오르락내리락 좌충우돌 마주선생이다. 거기에는 동구의 꼼꼼한 배려(?)가 있었으니 고놈 참 잔망스럽다. 그동안 동화에서 선생이 골탕먹는 대목을 읽으면 왠지 마음이 불편했는데 동구 이야기에선 발랄하고 해학적이다.
좋은 동화란 어떤 것일까? 아이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긴장감, 민담을 읽는 듯 즐거움, 유연하여 어디로 갈 지 모르겠는 신선함. 김기정의 동화는 말랑하고 찰진 흙같다. 마주선생과 놈들의 방 시리즈, 아이들이 마음대로 갖고 놀고 싶어지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고미, 보리, 반달, 장수, 땡땡선생님, 돌개, 곰지, 선재, 똥구, 해수와 미라, 보야, 여수.... 또 어떤 친구들이 놈들의 방에서 살아가고 있을지 만나고 싶다. 곧 학년말 방학이 다가온다. 올 3월에 어떤 아이들과 만나서 한 '방'에 살게 될 지 궁금하다. 아이들과 '마주'설 수 있는 한 해를 일구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