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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후
소중한날의꿈  2020/02/24 13:53
  • 연애의 결말
  • 김서령
  • 12,600원 (10%700)
  • 2020-01-31
  • : 85
제목에 끌렸다. '연애의 결말'이라니. 연애라는 말에 설레고 결말이란 말에서는 조금 슬픈 느낌이 들었다. 『연애의 결말』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동안 책 제목에 모든 이야기를 끼워 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내 알아차렸다. 각각의 단편 제목에 이야기를 가둬야지 '연애의 결말'이라는 책 이름에 이야기를 연결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저자가 책 제목을 '연애의 결말'이라 붙인 이유는 여섯 편의 이야기 모두에 '결혼'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연애의 결말이 결혼인건가? 너무 뻔한 결말 같아서 실망이 되었다. 결국 책을 다 읽은 후에야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의 결말로서 결혼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결혼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아무도 몰랐다」는 20년의 지난한 연애 이야기가 막판에 반전을 불러일으켜 흥미로웠다. 서로에게 또 다른 애인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그 애인들이 벌인 소심한 복수도 결국 아무도 모른 채 끝났으며, 무엇보다 주인공 남녀가 결혼하게 될 줄은 본인들도 몰랐다. 몰라서 차라리 모든 것이 잘 된 것이니 다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는 것보다 모른 채 사는 게 더 잘 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여섯 번째 이야기 「모두 잘 지내나요」 에서는 겨우 안부만 묻는 사이로 지내는 자매가 등장한다. 서로에게 안부는 물을 수 있지만 그 물음이 속내를 숨기고 하는 것이라면 마음이 담긴 것은 아닐 거다. 내 평범한 일상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욱 진심으로 '잘 지내나요' 하고 물을 수 없는 아픔이 여기 있었다. 진정한 사과와 값없는 용서만이 서로를 향해 진정한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만든다.

나머지 네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잠시 그들의 편에 서서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 한 가운데 있든 막 시작을 했든 마무리를 했든 결혼은 여러 의미로 다가왔다.

"긴 연애 끝에 더는 할 게 없어서 하는 결혼, 서로가 구원인 줄 알았으나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아 접어버린 결혼, 백번 양보해 사랑까진 한다 쳐도 그게 같이 살기까지 할 일인지는 몰라 골치가 아픈 결혼. 어떤 결혼은 허랑방탕하고 어떤 결혼은 공연히 애틋하고 어떤 결혼은 '연대'여서, 내 여섯편 주인공들은 소설이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처연하다."(216쪽 작가의 말)

책을 읽을 때는 책 제목에 매이지 말고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으면 좋겠다. 다 읽게 되면 '결혼'이 보이게 되고 '연애의 결말'이란 제목이 뜻하는 걸 조금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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