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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날의꿈님의 서재
  •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
  • 박정오
  • 12,420원 (10%690)
  • 2019-08-10
  • : 68
글을 보면 쓴 사람이 보인다. 자연스레 글과 글쓴이를 동일시하게 된다. 그러나 가끔 글 속에서 만난 사람이 현실에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글과 사람 둘 다에 실망한다. 그런가 하면 현실 속의 그 사람과 꼭 닮은 글을 만나게 될 때는 안도감과 신뢰감이 생긴다.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를 쓴 박정오 편집자는 <호밀밭>출판사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다. 그 서평단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발대식, 중간 점검, 해단식까지 오프라인에서 세 번의 만남을 가졌고, 5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두 권씩 꼬박꼬박 책을 지원 받아 온라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서평단 활동을 통해 만난 이십 대의 푸릇푸릇한 편집자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맑은 사람이었다.

이런 편집자가 2년 동안 출판사에서 좌충우돌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순한 그 얼굴이 떠올라, 책을 사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집 경력 2년 차의 경험치를 책으로 펴내기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오직 그 때, 그 시간에만 쓸 수 있는 글이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는 편집자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책이다.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출판사에 발을 들여 놓은 사회 초년생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편집자의 역할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편집자는 작가 발굴에서부터 기획, 편집, 작은 출판사라면 마케팅까지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책에서 만난 저자는 한결같이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그가 저지른 실수나 고민의 흔적, 자존심을 구기며 편집 일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이십 대가 떠올랐고 현재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나 처음이라 어렵고, 누구나 익숙해서 안일해지고, 누구나 겸손히 배우려하지 않으면 뒤쳐짐을 깨닫는다.

이 책을 노래로 비유하자면, 박정오 편집자는 가수이고 <호밀밭>출판사 장현정 대표는 피처링(featuring)을 맡은 래퍼 같다. 책 곳곳에서 대표님의 목소리가 랩처럼 들리는 듯하다. “편집자라면, 어떤 책을 만들지 고민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독자의 공감이 핵심인데 자기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 글이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다.” 멋진 가수에 훌륭한 래퍼가 하나의 노래를 부르고 있고 어느새 그 노래를 즐겁게 감상하게 된다.

‘좋은 책을 만들 것인가, 베스트셀러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편집자로서는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하다. 그러나 감히 바라건대 그의 손을 거친 책은 좋은 책이면서 또 많이 읽히는 책이 된다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 그의 글이 꼭 닮아 있어 흐뭇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자신이 만든 책이 세상 그 어떤 책보다 값어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 그토록 소중한 책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그런 편집자”가 되시길 진심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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