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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날의꿈님의 서재
  • 거짓말 상회
  • 김민섭.김현호.고영
  • 13,050원 (10%720)
  • 2018-05-14
  • : 168
한때는 인간적이고 온화한 모습을 한 미국 대통령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사진 속 대통령은 몸을 90도로 굽혀 꼬마가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도록 기꺼이 머리를 대어 준다. 우리에게도 이런 대통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곤 부러워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는 역전되고 우리 나라 대통령이 보여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 속에서 대통령은 사인받을 종이를 찾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아 기다려주는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정치인을 실제로 만날 기회는 적지만 사진 속에서 연출되는 정치인을 만나기는 쉽다. 사진 속 온화한 표정과 다정한 모습에 매료되면서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성품을 읽어내려 한다. <<거짓말 상회>>에서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꼬집어 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정치가의 본질이 내면이 아니라 행위와 정책에 있다는 점이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사는 시민은 사진을 통해 정치가의 내면을 애써 상상하기보다는 그의 정책과 행위를 입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101쪽)

한 정치인에 대해 평가할 때 정책과 실행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진 속 인간미에 얼마나 많이 빠져 있는지 돌아볼 대목이다. <<거짓말 상회>>의 두 번째 파트 <사진의 거짓말>에서는 사진 속 거짓말에 갇히지 말고 프레임 바깥을 읽을 줄 아는 눈에 대해 말하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 같은 동남아시아 음식을 쉬 접할 수 있다. 특이한 향을 빼면 우리 음식과 별반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동남아 등지에서 먹는다는 안남미(인디카쌀)는 풀풀 날리는 게 영 먹을 것이 못 된다는 말을 들어 왔다. 그런데 실제로 동남아 음식점에서 이런 인디카쌀로 만든 볶음밥은 먹어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쌀은 우리가 먹는 쌀(자포니카)이 최고라 여기고 있었다. 여기에도 거짓말이 도사리고 있다. 찰기가 많아 포만감이 강한 자포니카쌀에 비해 인디카쌀은 찰기가 덜 해 가뿐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포만감은 더부룩함으로, 개운함은 풀풀 날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우리 쌀이 입 천장부터 목 구멍까지 너무 들러붙어”(193쪽) 먹기 힘들다고 한다.

“지난 경험과 고착된 감각의 거짓말이 낳은 “맛없다”를 벗어나야 한다...미각에 깃든 거짓말 하나를 그 뿌리까지 반성하다 보면, 내가 맞을 세계를 더욱 넓힐 수가 있다.”(198쪽)

지금껏 먹어 보지 못한 새로운 미각에 대해 낯설기 때문에 ‘맛없다’고 단정해 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이 또한 거짓말임을 책의 세 번째 파트 <음식의 거짓말>에서 다루고 있다. 최근 관심이 많이 가는 복원 음식과 평양 냉면에 대한 거짓말도 책에서 소상히 다루고 있다.

<<거짓말 상회>>에서 다루는 두 번째와 세 번째 파트는 사진과 음식에 관한 거짓말이었다. 그럼 첫 번째 파트는 무엇이냐고? <자기계발의 거짓말>이다.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이 시대의 청년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들을 대변하는 무수한 닉네임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고루한 청년의 삶을 또 나열하고 있나 싶어 마음이 불편했으나 눈감고 외면한다고 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아프고 답답하지만 또 마주하면서 이 사회가 쏟아내는 거짓말이 참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거짓말에 속지 않는, 속지 않으려는 개인들이 조금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이 세상은 한발 더 옳은 길로 전진할 것이다...우리는 스스로의 몸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시대의 거짓말과 마주하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33쪽)

참되게 살려면 거짓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참과 거짓을 구별해 낼 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거짓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것만 본다고 거짓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거짓에 대해 눈감아 준다고 더 나은 사회가 오는 것도 아니다. 마침 “거짓말 파는 한국사회를 읽어드립니다.”하며 책 한 권이 외치고 있고 그것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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