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와 대화하며
딴전 2025/02/1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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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
- 오드리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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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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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오드리 로드는 페미니스트로서 억압과 저항의 교차성(intersectionality)에 주목한 선구적 인물로 이야기된다. 로드는 자신을 '흑인 레즈비언 어머니 전사 시인'으로 명명한다. 레즈비언이면서 어머니, 흑인 민권운동을 지지하며 백인 여성과 결혼한 레즈비언, 싸우는 시인, 시인이자 교육자였고, 작가이자 연설가였다. 그는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 혹은 위치성을 결코 숨기지 않았고 그것에 뿌리를 두고 말하고 쓰고 투쟁했다. 그에게 삶과 투쟁과 예술과 교육은 모두 하나다.
그런데 교차성만큼이나 중요하고 교차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은 통합성(intergrity)이다. 저 복잡한 교차적 자기 명명은 그 모든 것을 합친 것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라도 빠트리면 진실에 위배되며 심지어 그는 불의를 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처럼 통합성을 열망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상태이고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믿는 대로 행하고 쓰고 사는 그가 너무나 존경스럽다...어쩌면 소수자/약자가 소수자성/약자성으로 명명되는 자신의 '차이'를 긍정하고 드러내는 것은 사회운동의 기본 강령이라고도 하겠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통합적인 자아로서 나를 드러내고 살아가도 맥락에서 분리되고 난도질돼 무한증식될 수 있는 오늘날의 사회문화경제적 환경에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오히려 드러내고 감추는 데, 자신을 알리고 또 보호하는 데 더 전략적이어야 하는 게 개인의 생존과 투쟁을 위해서도 현명하지 않을까.
2. 또 이 통합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레즈비언 사도마조히즘'이다. 로드는 사도마조히즘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도마조히즘은 결국 우열함(우세)/열등함(열세)의 틀에 기반하며, 그 틀에서 지배와 굴종을 즐기는 것이 결국 침실 밖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로드에게 삶의 모든 부분은 긴밀히 연결되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로드는 성애적인 힘을 운동의 힘으로 끌어올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글쎄... BDSM을 성적 지향처럼 성향 차이로 인정하고 성적놀이의 일부로 보는 요즘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읽을지, BDSMer 당사자들이 뭐라고 반박할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이들은 침실 안팎을 잘 분리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폭력이나 극심한 힘의 격차, 모욕의 각본 없이는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징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로드의 저 대목은 너무 단순하고 경직된 태도로 느껴졌다.
#오드리로드#나는당신의자매입니다#오월의봄#박미선이향미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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