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늘 그렇듯.

2021년이 몇 분도 안 남은 이 시점에 글을 쓰려고 서재에 들어갔더니 마지막 글이 올해 1월에 썼던 글이었다… 

그 동안 왜 안썼을까 하면..알라딘 서재까지 들어오는 데까지 어려웠던 것 같다. (심리적인 요인이 있었던 듯.^^;;)

그래도 나도 소소하게나마 한해의 독서결산이라는 것을 끝내지 않고 올해를 보낸다면 잠이 안올 것 같아 이렇게 써보기로했다.


일단 올해를 돌이켜보면 한마디로 재미없다.. 였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시대는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되었다.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않았나 싶다. 작년을 겪으면서 올해 안에 끝나진 않겠구나라는 것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1년을 더 보내고 나니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코로나 시대가 계속되면서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한편으론 편한 것도 있었다. 밤거리를 나가도 밤새 술 마시며 고성방가를 거리는 사람도 바닥에 유인물, 담배꽁초들로 쌓여진 것들을 보지 않을 수 있겠구나해서 말이다. 나도 어차피 최근 몇 년간은 새벽동안 마실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늦게까지 술을 못먹는 것 정돈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내향적인 내가 코로나에 타격을 입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언제부턴가 나는 나랑 놀고 있었다. 그래도 뭐 다른 사람의 취향에 맞출 필요없이 내가 원하는 밥을 먹기도 하고 만약 어느 가겔 갔다가 별로였더라도  나 혼자 실망하면될 일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글도 읽어보고 유튜브도 보고… 괜찮았다. 괜찮을 줄 알았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남들과 어떻게 소통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원래 잘 안 꺼내긴 하지만)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간혹 모임이 있어 나가면 얼굴을 봐서 반갑긴 한데 막상 사람들과 만나면 고민을 털어놓을 타이밍을 못잡아 그냥 그런채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말도 잘 들어주고 받아들일 여유가 있었것 같은데 요즘엔 그런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 같다. 

어딜 가더라도 나 빼고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린 것 같았다. 나만 붕 떠있는 것 같았다. 바람을 따라 날아갈 수밖에 없는 나의 무력함에 조금은 슬펐다. 


이렇게 생각한 건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돌이켜보니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계속 쌓여가는 가운데 코로나까지 이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문득 ,,재미없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계속 우울하게 지냈던 것은 아니다. 좋은 것도 보고 읽고 그러긴 했다. 책은 다행히 놓치진 않았다. 올해 읽은 양만 보더라도 나의 기준으로는 꽤 봤었다.

아쉬운건 페미니즘 책을 많이 못 읽었다는 점이다. 


1. 사회과학 도서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로라는 “한 밤중에 깨어나 누운 채 기적 같은 치유를 바라거나 구원해 달라고 애원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다. 욕실로 집으로 폭포로 갈 수 있고, 관람용 차나 기차 객실에 올라갈 수 있고, 면접을 보러 가고 국회의사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내 꿈에서는 (…) 식당 종업원과 비행기 승무원이 우리를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우리 말에 귀 기울인다. 내가 꿈에서 보는 건 그가 걷는 모습이 아니다. 그가 상처받지 않는 모습을 본다.”라고 했다.

(p. 231)


간단히 말해서 장애가 있는 몸이 살아가는 인생도 그만의 특별한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점에서는 비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는 수준으로 우리가 우리 몸과 친밀해지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져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다.

(p. 332)


동화 이야기 속 몸에 결함이 있는 쪽은 대부분 악당이었다. 주인공이 결함이 있을 경우도 있지만 결국 그 결함을 극복해 비장애인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장애를 무조건 극복하고 나아야만 좋은걸까? 장애를 가진 채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일임을 올해 읽었던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2. 페미니즘 도서

『사회주의 페미니즘』
















좌파 지식인들이 묘사하는 가난 역시 낭만적이었으며, 중·상층계급을 몰아세우기 위한 근거일 뿐이었다. 좌파 지식인들의 관점에서 노동계급 영웅은 언제나 남성이었다. 정의롭게 분노하며, 초인적으로 고귀한 남성. 현실의 자기혐오와 폭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거나 희화화되었다. 내가 아는 가난은 휑하고 기운 빠지고 부끄러운 것이었고, 내가 아는 여자들은 가족 바깥의 세상에서 영웅처럼 여겨지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강한 이들이었다.

(p. 77)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자본주의만을 사회적 총체로 상정하는 (이른바)’기계적 마르크스주의’를 거부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남성으로 젠더화된) 생산양식만을 사회적 총페성으로 간주하는 기존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한계를 돌파하여 생산 중심적 틀에서 포착되지 않는 사회 집단을 가시화하고 재생산을 포함한 더 넓은 분석 틀을 제시한다. 즉, 페미니스트들이 제기하는 정치적 쟁점을 다룰 수 없는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는 지점이 곧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탄생한 지점이다.

(p. 762)


올해 읽었던 책들중 생각나는 것은 사회주의 페미니즘이었다. 사회주의 내에서도 후순위거나 무시 당했던 여성문제에 관해 당대의 페미니스트들은 기존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어 넓은 분석 틀을 제시하여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우리 한국내에서도 진보진영에 속한 이들이 여성 이슈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이슈파이팅을 하고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어느때보다 정치력을 발휘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4년전 쯤 학교도서관에서 페미니즘 도서를 뒤적이다가 책 날개의 낙서를 발견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페미나치’라고 쓰여져 있었는데 속으로 ‘뭐야 지금 시대가 어느시댄데 이딴 저급한 낙서를..’하며 웃어넘겼었다. 그리고 그 즈음 페미니즘 리부트 물결이 크게 일면서 책들도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런 흐름이라면 조만간 인식들이 바뀌겠구나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시점에서 그 당시 이렇게 나이브하게 보고 있던 나를 반성한다. 그 뒤로 상당한 백래시로 페미니즘의 ㅍ조차도 뭔가 입에 올릴 수 없는 단어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앞으로 바뀔 수 있을까? 올해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온전히 읽는 것에 집중을 하지 못해 많이 읽지못했다. 내년엔 다시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내년은 정치의 해이기도 하다. 아직도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부디 정치가 여성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작동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















은채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남편은 딱 한마디를 하고 지나갔다. 우리 딸 사춘기인가! 남편은 은채가 열 살일때도 그 말을 했다. 우리 딸 사춘기인가! 하하하! 기분이 좋은 날이면 남편은 서점에 들러 초등 고학년 딸이 엄마와 갈등을 겪다 서로를 이해하는 내용의 아동소설을 사왔다. 그는 한번도 부녀 관계에 대한 책은 사오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이 주방까지 오지 않아 땀을 흘리며 음식을 만들고 있으면 그는 바람을 주방까지 보내주려고 선풍기를 끌어와 이리저리 돌리며 애를 썼다. 하지만 자신이 주방으로 와서 저녁을 만들진 않았다.

(p. 62~63)


결국 소설 속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오명의 대상이 되는 것은 룸살롱에 있던 수미의 남편이 아니라, 경제적 활동과 ‘좋은 엄마’로서의 노동을 모두 해야 했던 수미다. 기혼 여성이 느끼는 고립감과 좌절감은 그들이 사회에서 병리화되는 방식과 병치되며 잔인하게 다가온다,

해제, (p. 377)


올해도 많은 소설을 읽진 못했지만 그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최은미 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9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다양한 여성서사를 통해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다.  단편 하나하나를 읽으며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했을 내 모습에 뜨끔했었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내 뜻대로 잘 되는일도 없었던 것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지 몰라도 자신있게 대면하기 보다 매번 상황에서 도망친 것 같다. 내년이 된다고해서 상황은 크게 다르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좋은 삶을 살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다보면 독서도 올해보다는 더 의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의 아쉬웠던 점은 뒤로 한채 다들 2022년 새해에는 더 나은 한해 되시길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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