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같이 더운 날 창문을 열다가 잘 때 간혹 이른 새벽에 밖에서 뭔가 소리가 나 잠에서 깰때가 가끔 있다.
뭐야 하고 일어나서 밖을 보면 쓰레기 수거차량의 소리다. 그렇구나 하고 다시 잠에 든다.
한번은 문득 왜 쓰레기 수거를 새벽에 할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평소에 집에서 쓰레기가 종량제봉지에 쌓이면 버리는 거나 재활용품들은 각각 분리하는 걸로 쓰레기 처리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을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데 새벽이 아니라 일과시간에 수거한 걸 본 적이 없었고 그 새벽마저도 쓰레기 수거차량의 소리에 짜증을 내시는 분도 있다. 환경미화원분들은 남들과 다르게 늘 일찍 새벽부터 일해야만 하는건가?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 아파트 앞에 있던 쓰레기들은 말끔히 치워져 있다. 안 보이게 일하고 존재도 잘 모를 정도다.
2년 전엔 쓰레기 대란이 있었다. 재활용쓰레기 이야기다. 매번 깔끔히(?) 치워지던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업체에서 수거할 수 없어서 쌓여만 가서 큰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아니 매번 잘 치워지던 재활용쓰레기가 왜 안치워진거지? 이유를 살펴보면 중국정부에서 폐 플라스틱등의 각종 폐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시켰던 것이다. 이때까지 나는 중국으로 폐 플라스틱등이 보내지는지도 몰랐다. 알고보면 중국은 선진국들의 폐 플라스틱을 받아주는 최대 수입국(?)이였기때문이다. 몇년 전 나온 중국 영화<플라스틱 차이나>(2016)를 통해 경제성장을 위해 세계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중국의 민 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이는 중국 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켜 정부로서도 부랴부랴 환경 관리와 인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폐기물의 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이는 곧 선진국의 쓰레기 문제를 일으켰고 이는 그동안 상당량을 수출하던 우리나라 또한 이 쓰레기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그런문제가 사라졌는데? 선진국들은 이 쓰레기 처리를 중국이 아닌 동남아로 방향을 틀었고 한국 또한 동남아시아로 많은 쓰레기들을 수출하고 있다. 문제는 불법 폐기물들이 재활용폐기물로 둔갑한 채 밀반입이 되어 아무렇게나 소각하거나 방치되어 현지 마을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으로 돌아보면 인천에서 25년부터는 더이상 인천 이외의 쓰레기는 안 받겠다라는 선언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현재 인천은 수도권의 쓰레기를 떠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쓰레기 매립지에서 서울이 42.2%, 경기가 39%나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인천 입장에서도 버리는 사람은 따로 있고 처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불만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작년 1년동안 코로나 집콕시대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쓰레기는 늘어났을 텐데 내 눈에 안보인다고 문제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보이는 문제보다 더 무섭다.
이 책『쓰레기 거절하기』 또한 쓰레기에 관한 책이다.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날 <플라스틱 행성>이라는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나름 나 정도면 재활용 분리도 하고 잘 사는 줄 알았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곧 그의 가족들은 우선 플라스틱 줄이는 삶을 1달 간 실천해보기로 토론 끝에 결정했다. 이 실험을 해보면서 산드라 가족들이 원칙으로 삼았던 것은 '재미'와 억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실험을 통해 산드라 가족들은 생각보다 플라스틱 줄이기는 쉽지 않았으며 또한 플라스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쓰레기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삶으로 이어나아가게된다.
우리는 채식 문제와 관련해서 완전하게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이야기로 다시 몇 가지를 깨달았다.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개 개인적인 취향과 습관이었다. 트히 이 습관을 세상의 주류와 일치하고, 각각의 변화가 상당한 수고와 비용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게다가 갑자기 고기를 먹지 않게 되는 것처럼 무언가를 100퍼센트 '바로 끊거나 그만두는 것'은 대부분의 변화 과정에서 장애 요인이 될 때가 많고, 오히려 차근차근 변해 가는 것이 더 좋다. 이는 플라스틱 끊기 실험의 첫 국면에서 우리가 얻은 중요한 깨달음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p.82~83)
산드라의 말대로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취향와 습관이다. 마음 속으론 알면서도 내가 늘 먹던.. 내 입맛에도.. 맞던 그 음식들을 하루아침에 안 먹을 수 있을까? 진짜 꾸준히 하기 위해선 길게보고 차근차근 변해가야 성공할 수 있을 것같다.
세계적으로 생산된 식품의 3분의 1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었다. 유럽연합에서는 1인당 1년에 평균 173킬로그램의 식품이 쓰레기가 되었다. 독일에서는 매년 1,100만 톤의 식품이, 오스트리아에서는 약 80만 톤이 버려졌다. 주된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소비자들의 계획적이지 않은 장보기 습관, 겉으로 보기에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식품을 버리는 관행, 그리고 유통기한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참고로 유통기한은 생산자가 제품의 안정성을 책임지고 보증하는 기간일 뿐 상품의 실질적인 보관 기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p. 126~127)
현대의 사회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사회다. 분명 예전보다 값싼 식품, 외제식품마저 값싸게 먹을 수 있는 풍요의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면 너무나도 다양한 물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하지만 어릴 적 엄마의 단골 심부름이었던 콩나물 1000원치만 사오는게 지금은 되나? 예전엔 그 당일이거나 2-3일 안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재료들만 사와서 바로 요리해먹거나 냉장고 혹은 냉동고에 보관하면 괜찮았지만 지금은 보통 마트를 가면 대량으로 판다. 그리고 대량으로 사야 단위당 가격이 더 싼데 결국은 비싸다(응?) 집 냉장고자체도 대량의 저장고가 되어버려 그때 그때 바로 재료를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몇 주치.. 몇 달치 먹을 재료들이 냉장고에 쌓여간다. 한번씩 언제산지도 모르는 것들이 깊숙한 곳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ㅋㅋ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냉장고들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분명 그 때는 먹고 싶어서 샀는데 묶음으로 사다보니 유통기한내 소비하기 위해서 먹기싫어도 억지로 먹어야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미처 못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늘어났다.
이렇게 보면 고기와 동물성 식품을 버리는 것은 이런 미친 짓의 클라이맥스다. 나는 이 문제를 조사하면 할수록, 그리고 세계적인 맥락 속에서 이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면 할수록 절망과 분노가 점점 커져 나갔다. 육류와 동물성 식품은 이미 그자체로 대규모 식품 낭비라고 해도 무방했다. 최소한 그것들이 판매되고 소비되는 양을 보면 말이다.
(p. 128)
값싼 육류제품을 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값싼 제품을 먹을 수 있는 덕분은 공장식 대량 사육시스템의 결과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고 있는 소식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큰 원인은 브라질의 거대 수입원인 소떼 방목또는 콩 재배를 위한 밭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진 일때문이다.
아 그리고 곧 읽을 책 『육식의 성정치』에선 육식의 가부장제적 의미에 대해서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아 육식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이 기대가 된다.
어떤 물질을 다른 물질로 무작정 바꾸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쉽게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소비하거나 사용하는 모든 물건 중에서 지난 50년 동안 진행되어 온 과잉 상태에서 자유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는 낭비적 소비와 낭비 경제의 위기이기도 하다.
(p. 141~142)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어떻게 될 것 같다. 인류가 이정도로 과잉의 시대를 살아왔던 적이 있었을까? 나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이 상태를 일조한 것일 것이다. 차라리 에라 모르겠다. 뭐 남들도 이렇게 다하고 사는 데 뭐 라고 넘기기엔 기후 위기가 눈 앞까지 닥쳐왔다. 최근에 있었던 강추위가 작년 여름에 있었던 희귀한 벌레들의 등장을 생각한다면 한편으론 반가웠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 겨울에 이렇게 추워야 그 다음 여름에 이상한 벌레들의 등장을 막아줄테지.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반가움은 곧 깨졌다. 이 추위는 단순한 겨울 추위가 아닌 열대바다의 '라니냐'(적도 동태평양과 태평양 중부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와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 추위도 결국은 온난화의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을 텐데 하루 빨리 전지구적인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저자인 산드라는 남편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서로가 공감을 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자고 했을 지라도 아이들에게 강제적으로 따르기 보다 토론을 통해서 그들의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끔 하였다. 아이들은 또래의 친구들과 달리 어떻게 보면 불편한 삶을 사는 것이였기에 흔히 사고싶은 것 못사고 먹고싶은 것을 참아야 하는 것을 윤리적으로만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서 부모와 부딪치는 부분도 나온다. 첫째 아이인 말레네 또한 그런 과정들이 있었다. 말레네가 교환학생을 위해 핀란드로 가야만 했는데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산드라가족의 공통의 다짐을 어쩔 수 없이 깨야만 했던 일이 나온다. 그렇게 말레네가 교환학생생활 1년을 마치고 돌아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엄마인 산드라에게도 감동을 주었고 나에게도 뭉클하게 했다.
여기에 옮겨본다.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여러 번 비행기를 탔습니다.
정확히 말해 헬싱키와 빈, 그라츠를 모두 네 번 왕복했습니다. 누군가는 이게 많다고, 누군가는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차피 나는 비행기 타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첫째는 비행 공포증 때문이고, 둘째는 그게 환경에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나는 부모님 덕분에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주로 열아홉 살 반이 되어서야 개개인의 삶과 행위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북극에서 얼음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소식을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 나는 번쩍 깨달았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환경 재앙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읽었는데도 내가 얼마나 둔감했는지.
앞으로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습니다. 물론 이 세상엔 가보고 싶은 곳이 아직 많은 데 그런 곳들을 영영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슬픕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픈 것은 핀란드를 지금까지처럼 쉽게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함께 안고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반면에 도저히 함께 안고 살아갈 수 없는 것은 세상이 파괴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입니다. 미래에도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하고, 그런데도 그들은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책임은 더 크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게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작은' 발걸음에 지나지 않고, 앞으로 살면서 내가 바꿀 수 있고 바꾸어야 할 일들이 아직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건 내게 시작일 뿐입니다.
내가 이 글을 올린 것은 비행기를 타는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그들에게 비행기 타는 것을 그만두라고 재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물론 동시에 아쉽기도 한) 이 결정을 여러분에게 알리고, 그와 함께 혹시라도 이 글에 자극받아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오도록 북돋우기 위해서 입니다.
추신: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면서 '남들은 계속 비행기를 타는데 나 혼자 그런다고 뭐가 바뀌겠어?' 하고 말할지 모릅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생각을 바꾼다면, 그래서 모두가 '내가 바뀌면 최소한 나 하나는 바뀌는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내일 벌써 저 하늘엔 비행기가 날아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쓰레기에 관한 소식들을 보면서 우연히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이번에 이렇게 읽게되었는데 읽길 잘했다. 쓰레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드라 가족의 이야기를 접하고 이들과 똑같이 할 순 없지만 나도 '에이 나 하나로 지구가 달라질까..'라기 보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나만의 방식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