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작가 페르 라게르크비스트(Pär Lagerkvist)의 소설 <바라바>는 예수 대신 석방된 죄인 바라바의 남겨진 삶을 통해 신앙, 구원,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그린 문제작이자 1951년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 기여를 한 작품이다.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 대신 풀려난 강도 바라바는 군중의 함성과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목격한다. 그는 제자들과 나사로, 언청이 여인 등 예수와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지만 그들의 믿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돌며, 생명의 무게와 죄책감 속에 방황한다. 이후 노예로 끌려가 광산에서 만난 사학이라는 신앙심 깊은 동료와 교감하고, 로마 대화재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부활 신앙을 오해해 도시를 방화하다 체포되어 결국 예수처럼 십자가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바라바는 신의 은총(대속)을 가장 먼저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받지 못하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믿고 싶으나 믿지 못하는 그의 회의주의는 현대 사회의 영적 고독과 소외를 대변한다.
소설 전반에 걸쳐 예수는 '빛', 바라바는 '어둠'으로 대비된다. 그러나 바라바의 어둠은 단순한 악이 아니라, 빛(진리)을 갈망하지만 눈이 부셔 차마 고개를 돌려버리는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는 맹목적인 신앙보다, 평생 고뇌하고 방황하는 바라바의 '의심'이 오히려 더 진실한 인간적 본질에 가까울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바라바는 '나 대신 죽은 저 나사렛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평생 시달린다.
예수의 제자들과 어울리려 하지만 그들의 맹목적인 믿음에 동화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예수를 완전히 부정하지도 못하는 경계인으로 남는다.
결국 십자가형을 당하며 "내 영혼을 당신에게 맡깁니다"라는 모호한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의 열린 사유를 유도하는 결말일 것이다.
명확한 회개나 구원의 확신 대신 "믿고 싶다"는 모호한 갈망과 침묵을 남기며 여운을 준다. 결국 신앙이란 개개인의 의지와 판단에 달린 일이지 누가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권유할 문제는 아니라는, 그래서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해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고독한 숙제로 짊어지고 가야 할 대상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