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사문유관 님의 서재
  • 안티크리스트
  • 프리드리히 니체
  • 12,350원 (5%650)
  • 2013-12-30
  • : 3,141

니체의 후기 저작 <안티크리스트>(Der Antichrist)는 기독교의 가치 체계를 정면으로 공격하며 '모든 가치의 전도'를 시도한 격렬한 비판서이다. 


니체는 기독교가 강자의 미덕(생명력, 권력의지, 자긍심)을 죄악시하고, 약자의 결함(동정, 굴종, 무능력)을 미덕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정은 생명 에너지를 약화시키고 우울함을 전염시키는 감정이며, 퇴행적인 인간을 보존하여 인류의 진화를 가로막는 해악으로까지 규정한다.


니체는 복음서의 예수를 '순수한 상징주의자'이자 현실의 고통을 초월하려 했던 인물로 존중하는 반면, 사도 바울이 예수의 죽음을 '대속'과 '부활'이라는 교리로 왜곡하여 복수심과 증오의 종교(교회)를 만들었다고 격렬히 비난한다.


상대적으로 불교 역시 허무주의적 종교이지만, 기독교처럼 '죄'라는 가상의 개념으로 인간을 괴롭히지 않고 고통을 객관적으로 치료하려 했다는 점에서 기독교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문명화된 종교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서술 방식은 전체적으로 논리적인 기승전결 대신 짧고 강렬한 단문과 단락을 배치하여 메시지의 타격감을 극대화한다. '생명 대 반(反)생명', '디오니소스 대 십자가에 못 박힌 자', '귀족 도덕 대 노예 도덕' 등 선명한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만들어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니체가 주장하는 바는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니체는 바울과 초기 교회를 비판하기 위해 복음서와 역사적 맥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 역사 내에 존재하는 사랑, 희생, 공동체적 연대의 긍정적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원한(Ressentiment)'의 메커니즘으로만 종교를 환원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술 전체가 분노와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어, 객관적인 학술적 비평으로서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대 의견을 가진 독자와의 합리적 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폐쇄적 구조인 것이다.


약자에 대한 동정을 전면 거부하고 강자의 권력의지만을 긍정하는 논리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인권, 평등, 약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논리는 훗날 파시즘과 나치즘에 의해 왜곡되어 악용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기독교의 절대적 도덕을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도 '생명력'과 '권력의지'라는 자신만의 절대적인 기준을 세워 타인을 심판하는 교조적 태도(또 다른 형태의 절대주의)에 빠져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니체의 기독교 비판에 나름 수긍되는 점도 있지만, 기독교의 장구한 역사 과정과 인류사에 미친 양면적 가치를 감정적으로 부정하고 있기에 철학적 가치는 높지 않은 책이라 할 것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