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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토끼엄마의 서재
나는 오십이 설렌다
책읽는토끼엄마  2023/09/13 13:28
  • 나는 오십이 설렌다
  • 김주애
  • 15,120원 (10%840)
  • 2023-09-11
  • : 89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알고 있었는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책날개에 김주애 작가님의 소개 글에 나는 또 한참을 멍하게 바라봤다. '작가님도 힘든 일이 있으셨을까?'있다면 힘내시라고 응원 드리고 싶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 작가님께서도 어쩌면 추모집회에 가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현재는 휴직 중이시지만 25년간 필드에 계셨다니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했다.

 

소제목이 아주 맘에 든다. 빨리 읽고 싶게 만든다. 사실 프롤로그에 시시포스의 형벌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굴러 떨어지는 돌을 영원히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고 있는 듯 하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구에 태어난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존재였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한다.

 

​마흔의 끝자락, 이대로 괜찮을까

인생의 중반기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부모님들께 효도해야 하고 중간에 끼어서 뭘 해도 티가 나지 않고 제자리를 걷고 있는 듯하다. 아직 한창때처럼 나이를 잊은 채 몸을 혹사하기도 한다. 피로는 쉬이 회복되지 않고 굼벵이처럼 더디다.

선생님으로서 미취학인 세월을 빼고 40년을 학교에서 보내선지 학교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휴직하신 거 같다. 작가님이 솔직함이 베어 있는 곳이 있어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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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소설가라고 하면 고뇌하고 일상을 살며 성격도 유별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실은 평범한 직업인일 뿐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소명의식의 가지고 엄청난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사도 수많은 직업 중의 하나일뿐이며 평범한 월급쟁이 공무원이다. 물론 일반직 공무원과는 달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는 차별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교사에게 특별한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더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초등 교사이신 작가님의 생각들이 책 속에 녹아들어 가 있어서 현직 선생님들이 이 책을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다시 앉은 작은 의자>를 쓰신 작가는 공립 유치원교사다. 그 작가님도 보이지 않은 고충들을 책으로 읽고 나니, 나는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어땠는지를 돌아다보게 되었다. 교사가 되어보지 않고서야 그들이 하는 일들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 수 없지만 초등학교 점심시간에도 눈으로는 아이들을 둘러보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배울 채우기 위해 음식을 공급한다는 말이 정말 가슴 아팠다.

 

 

2장, 3장, 4장은 휴직하시면서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2장에 나오는 "내 마음은 산책 중이다"에서 캐서린 메이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에 대한 책 소개와 작가님의 마음의 변화 부분이 나오는데 깜짝 놀랐다. 나도 캐서린 메이의 책을 읽으며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난에 대한 역경을 헤쳐나가는 부분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혹독한 시련이 올 때 우리는 휴식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작가님이 열심히 달리기만 했던 세월에 브레이크를 잡는 휴직을 들어가신 것처럼 말이다.

p.62

인생에 고난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찾아오기도 하지만 허리케인처럼 한꺼번에 휘몰아치기도 한다. (중략)

자연의 겨울나기처럼 삶에도 겨울나기와 같은 윈터링의 시기가 있다. 자연은 정해진 시기가 되면 오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지만, 우리 삶에서는 언제 들이닥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나에게는 고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고난들이 비디오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람마다 윈터링의 시기가 찾아오지만 우리는 잘 견뎌내고 이겨낸다. 사람마다 그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고난만 준다고 한다. 몸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현재 윈터링 시기를 맞고 마음 산책 중이신 작가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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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5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이 나침반 같았던 책이라는 말에 공감되었다.

"저는 여러분의 손을 조금 덜 세게 쥐고 더 활짝 편 상태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 덜 통제하고 더 신뢰하길 바랍니다. 뭐든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조금 덜 느끼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우리는 뭐든지 손에 꽉 움켜쥔 채 살려고 한다. 갓 태어난 아이도 손을 움켜쥐고 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 움켜쥐었던 것을 펴게 되는 걸까 생각해 봤다. 수행하는 사람들 빼면 누구나 이 부분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것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신념들을 의식적으로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완벽해 보이는 타인의 삶이라도 완전히 행복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알 길이 없다.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고. 유한한 삶인데 지금 이 순간을 누려야 하는데 아등바등 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장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양쪽 모두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에 말이다.

 

마지막 장이 울림을 준다. 간절함이 두려움을 넘어선다면 나빌레라 드라마를 나도 뒤늦게 보면서 나이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것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나빌레라에 나오는 덕출 할아버지의 말씀이 정말 눈물 나게 해서 잊지 못했는데 작가님이 올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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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4

내가 무서운 건 내가 하고 싶은데 못하는 순간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기억조차 안 나는 순간이 오는 거야.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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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과 두려움은 공존한다. 간절함이 크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 꼭 내게 해주는 말 같았다. '왜 두려운가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할 때, 낯선 경험들을 마주할 때가 가장 두렵다. 나뿐만 아니라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누구나 두렵기 마련이지만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 금세 익숙해져 게을러지기도 한다.

니체의 말은 언제나 옳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고. 후회도 억울함도 없이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작가님은 후회 없이 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시작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했다. 왜냐면 생각하기는 쉬워도 행동으로 실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우리 남편은 정말 실행력 하나는 우주급으로 빠르다. 그래서 그런지 망설이기만 하는 나에게 '책만 보는 바보'라고 약 올린다.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지 않는다고 치부해 버린다.

​일본 도쿄에 갔을 때 <무인양품점>에 들렀다. 창시자인 하라 겐야의 인터뷰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에서 지력과 체력이 절정에 달하는 때를 예순다섯 정도로 잡고 싶다."라고 했다. 인생의 피크는 65세라고 한다. 미국의 연구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50세부터 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라고 했다.

하라 겐야의 행복 정의는 단순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상태로 임팩트 있었다.

행복과 불행이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마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실체가 없는 행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평생을 노력한다. 아무리 값지고 비싼 물건을 사도 오래가지 않고, 마음이 공허해진다.

왜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행복은 생각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어린 시절 소박하게 차려주는 저녁 밥상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창 시절에는 진짜로 걱정 없는 세상이었다. 현재는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견뎌야만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배웠고 똑같이 대물림하고 있다.

 

<나는 오십이 설렌다>를 순식간에 읽어내려 가서 더 놀라웠다. 이미 김주애 작가님의 글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쉽게 읽혔다. 더 기뻤던 점은 작가님이 소개해 주는 책들이 이미 나도 읽었던 책들이 많아서 더 친근해졌고 만나고 싶어졌다. 작가는 독자가 직접 만나러 오고 싶게 책을 써야 한다고 하는데 김주애 작가님이 딱 그랬다.

현 초등 교사에서 작가라는 부케가 하나 더 늘었지만 나는 크게 소리 내어 응원한다.

작가님이 앞으로 교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작가의 길을 걷기를 말이다.

불안이 설렘으로 가득한 오십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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