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 래니가 글쓰기 시간에 배운 대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독특한 구조이다. 책의 또 다른 주인공 ‘라라’는 래니가 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초절정에 이르러서는 나도 ‘손에 땀을 쥐었다’(래니는 이 표현이 진부하지만 달리 다른 표현이 없어 쓴다고 말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라라에 대해 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라라는 지나치게 착하다. 착하지 않으면 큰 몸집으로 살기 힘들어서일까? 비현실적인 캐릭터 같다. 라라 같은 아이가 물론 있을 수 있다. 또한 그런 아이가 있어 세상이 밝아지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밝아지기 전에 라라는 로이 같이 못되고 야비한 사람들과 방관자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쓰러질 것이다.
이 책은 그래도 인간의 본성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남의 아픔을 공감하는 선한 마음이 있다는 걸 믿고 있다. 아이들에겐 그래도 인간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옳겠다. 그래도 여전히 현실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세상에 정의는 얼마만큼 지분을 갖고 있을까? 솔직히 요즘 ‘정의? 개뿔도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비겁하고 사악한 술수, 이기심이 권력을 잡고 휘두르는 경우가 가득하다. 그래도 희망을 찾아야 하겠지만 라라가 이런 현실 속에선 버티기 힘들 것이다. 라라 같은 아이가 있다면 나는 “네 내면의 강인함, 사려 깊음이 언젠가 산산이 깨질까 봐 두려워. 부드러움으로만 상대를 설득시키기에 상대가 너무 못되고 이해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 아무튼 험한 세상에서 건투를 빌어.” 이렇게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