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소개부터 재미있는 책이다. 지은이는 오른손 왼손을 오 학년 때 깨쳤다는데 왠지 부족한 것 많은 나나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 호감이 생긴다.
5편의 단편 모두 웃음이 실실 나오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다.
주인공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변변치 않은 형편의 아이들이다. <할아버지 숙제>에서 경수는 자랑거리 하나 없는 한심한 할아버지들을 두었다. 술주정뱅이 할아버지와 노름꾼 외할아버지 얘기를 들어야 하는 경수가 불쌍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건 경수의 할머니나 엄마의 푸념을 나도 비슷하게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멀쩡한 이유정>의 유정이도 왠지 우리들의 덜떨어진 모습을 대표하는 것 같아 공감이 간다. 엄청난 길치 이유정은 아직도 하교할 때 동생을 따라다녀야 하는데 길치인 것 빼고는 아주 멀쩡하다. 유정이가 길치인 것도 뭐 내가 어른이 되어도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거나 공포영화는 죽었다 깨나도 못 보거나 사람들한테 말 걸기를 잘 못하는 약점들과 다를 바 없다.
어른이 된 나는 어렸을 때 아니 지금도 갖고 있는 나의 약점을 창피해하고 그것 때문에 지독한 열등감에 괴로워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보다 ‘멀쩡해지길’ 원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세상은 <눈>의 주인공 아이가 이미 깨달은 것처럼 너무나 불공평하고 <새우가 없는 마을>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이 험난한 세상살이를 덜 괴롭고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가 좀 더 똑 부러지고 똘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나 아이들이나 ‘그냥’ 사는 게 괴롭다가도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멀쩡하지 않지만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작은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며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 또한 아등바등 멀쩡해지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신을 그냥 있는 그대로 두라고 얘기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