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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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님의 서재
  • 황혼의 들판
  • 필립 리브
  • 13,500원 (10%750)
  • 2011-09-02
  • : 349

견인도시연대기 마지막 권이 드디어 나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책이라 기쁨과 설렘이 크다. 4권 『황혼의 들판』은 전권들에 비해 두께가 상당하다. 600페이지가 넘는다. 작가가 그동안 벌려 놓은 이야기가 워낙 방대했고, 또 책을 끝내기가 아쉽기도 했나 보다.

2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기대와 궁금증이 더 커지고 말았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들은 어떤 결말을 보여 줄까? 희망을 줄 것인가, 아니면 냉소를 날리며 비극으로 맺을 것인가? 예전 매카시의 『더 로드』를 읽었을 때 가슴을 죄어오는 고통 속에서도 손톱만큼의 희망을 보며 거의 탈진까지 이를 정도로 책읽기가 힘들면서도 엄청난 감동을 느꼈었다. 분위기나 줄거리가 두 책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견인도시연대기는 읽으면서 괴롭지는 않다^^) 독자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읽는 기쁨은 비슷하다. 견인도시연대기 또한 책을 읽는 내내 긴장과 재미로 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 헤스터 쇼는 마지막 권에서 거의 살인 병기가 되어 버렸다. 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여운처럼 살기를 타고난 운명의 주인공, 자신을 철저히 불행으로 몰고가려는 포기 상태인 듯 보였다. 하지만 헤스터 쇼는 인간이고 결코 살인 병기로 살 인물은 아니다. 기가 막힌 설정은 지금껏 살인 병기 역할을 했던 슈라이크가 닥터 제로(나가 부인)가 심어 준 프로그램 때문인지 더 이상 살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닥터 제로는 슈라이크에 왜 그런 마음을 심어 줬는지, 이후 닥터 제로가 헤스터와 슈라이크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헤스터는 기존의 여자 주인공의 이미지와 공식을 와장창 깬 캐릭터다. 친아버지에 의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후 톰이라는 착하고 순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평범한 행복을 누릴 법도 했으나 외부, 내부적인 원인으로 다시 가족을 버리고 홀로 떠난,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고 또 다른 면으로 보면 너무나 자기주도적인 씩씩한 여자다. 그래서 난 이 캐릭터에 큰 기대와 연민과 사랑을 품고 있다.

마지막 권에선 지금까지 것 중 가장 큰 폭풍이 일어날 것이다. 60분 전쟁의 교훈을 무시하고 정복 욕심에 눈이 멀어 있는 인간들이 여전히 많다.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무식하면서도 잔인한 생각은 책에서나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나 통한다. 그게 무섭지만 또 그에 대항하는 합리적인 평화주의자들 또한 존재하기에 절망적이진 않다. 과연 이 책에선 평화주의자들이 어떤 저력을 발휘해 희망을 보여 줄지…….

반견인도시연맹 지도자 나가 장군은 희미한 새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말한다.

“바로 저거야. … 애초에 전쟁을 시작한 건 도시들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가 다시 지저귀는 것을 듣기 위해서였어.” “우리의 임무는 세상을 다시 녹색으로 만드는 거야. … 지금까지는 세상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오기만 했어.

황혼의 들판 끝에서 나가 장군의 소망대로 녹색 세상에서 아름다운 새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전쟁이 이어지고, 멀쩡한 자연이 인간의 욕심과 어이없는 경제 논리에 의해 파괴되는 우리 세상에서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푸르름이 가득한 날이 올까. 바람만 가지고는 안 될 것이다. 책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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