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소소한농부의 서재
  • 나 여기 있어요
  • 클레리 아비
  • 11,700원 (10%650)
  • 2017-03-30
  • : 292



모태솔로라 로맨스소설은 무조건 거부했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온 소설 <나 여기 있어요>는 달달한 로맨스소설이 아니다.

단순하고 결과가 뻔하다는 편견을 깨주었다.

설정이 독특하고 캐릭터가 살아있으며 전개가 자연스럽다.

말도 안 된다 싶을 만큼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사랑이 피어나는 과정을 감각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등산 지도 만드는 단체에서 일했던 엘자.

엘자와 산은 하나였다.

얼음산 등반 도중 눈다리에서 추락했고 가까스로 구조되어 혼수상태가 된다.

'몸에 갇혔다.'


환경 컨설턴트인 티보.

얼마 전 연인과 화끈하게 이별했다.

하나뿐인 남동생은 음주운전으로 어린 여자아이 두 명을 죽였고 병원에 누워있다.

'마음이 닫혔다.'


동생이 입원한 병원에 방문한 티보.

동생 보기가 역겨워 비상계단으로 간다고 문을 열었으나 20주째 혼수상태인 엘자의 병실이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마음이 괴로운 티보에게 엘자에게서 나는 재스민 향은 이상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조용히 잘 들어주는 엘자가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그런 티보의 존재를 엘자는 오직 청각으로만 느낀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떠 티보를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낯선 사람임에도 친근하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자신을 환자로 대하지 않는 태도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서로는 각자의 절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 자라난다. 


하지만 엘자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담당의사는 이 희망의 불씨를 알아채지 못하고 잔인하게 끄려 한다.

안락사만이 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유일한 길이라 착각한다.

모두가 희망을 포기하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과연 엘자는 깨어날 수 있을 것인가.

차가운 얼음산이 녹아내리고 온갖 꽃들이 만발한 봄처럼 그와 그녀의 사랑이 다시 찾아올 것인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현재의 삶에 대해 자책한다.

단순히 그와 그녀의 로맨스나 사랑을 뛰어넘어 그 안쪽을 들여다보게 된다.


수년 전 허리 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 더 잘 살겠다고 울부짖었다.

어느 날 새벽 심근경색이 찾아와 호흡이 곤란한 아버지를 모시고 응급실로 달려갈 때 끝까지 효도하겠다고 결심했다.

농약을 마시고 거품을 물며 쓰러진 어머니를 들쳐업고 병원을 뛰어갈 때 제발 살아만 달라고 미친 듯이 소리질렀다.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한다. 그리고 더 잘 살아야 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