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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 떠오른 문구가 있다.
- 달라이 라마
"인간이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그리고 물건이란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세상이 혼돈 속에 빠진 이유는 물건이 사랑을 받고 사람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유명 여성 잡지 에디터였던 저자가 화려한 삶을 쫓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로 하고 이를 실천하며 기록한 에세이이다.
책 표지를 보고 무슨 추상화인 줄 알았으나 다 읽고 옷걸이란 걸 알았다.
이 책은 유행에 민감하고, 홈쇼핑에 중독되었으며,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로 꽉 차 있고, 가구가 온 집을 점령하고 있어 갑갑하게 사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하이힐, 브래지어, 의상, 그릇, 가구 등 주로 여성에게 민감한 부분이라 별로 와 닿지 않았으나 마지막 장 '생활철학을 소유하다'는 많은 공감을 주었다.
나름 시골에서 미니멀리스트로 산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이 책과 비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1. 절제된 차림
옷은 계절별로 2~3벌이다. 주로 작업복이고 양복은 없다.
색상은 무조건 무채색. 주로 블랙과 그레이를 선호한다. 옷장은 없고 플라스틱 서랍장에 다 넣어도 여백이 있다.
2. 심플 미용법
화장품, 메이크업, 네일아트, 헤어스타일, 제모, 다이어트는 해당사항 없다.
이발소는 안 가고 그냥 기른다. 비누는 가장 저렴한 걸 쓰고, 샴푸는 비듬 방지 성분만 있으면 충분하다.
3. 작은 식생활
농사를 지으니 거의 자급자족된다.
외식은 모임이나 행사 있을 때만 하고 거의 안 한다.
4 집에서, 슬로 라이프
가구도 안 산다.
동생이 아파트에 사는데 이사 가는 집이 있으면 연락을 준다.
엄청나게 좋은 가구들을 버린다.
있던 가구 중 낡은 것은 장작으로 쓰고 주어온 것으로 교체한다.
폰은 아직 아이폰 4S롤 쓰고 있다.
유일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책'이다.
젊은 시절 물건의 노예였다.
옷, 신발에 관심이 많았고 많이 구매했고 질리면 지인들에게 주거나 헌옷수거함에 집어넣었다.
사진에 미쳤을 때는 카메라, 렌즈, 가방 등 비싼 게 최고인 줄 알고 마구 사드렸다. 결국, 헐값으로 카메라 가게 늙은 사장님께 넘겼다.
차 역시 튜닝에 관심이 많아 돈을 많이 들여 고급 오디오로 개조했고 엄청나게 소음공해를 유발하고 다녔다.
내가 설계한 큰 집에 살겠노라 다짐했으나 물 건너갔다.
도시에서의 유목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할 때 거의 모든 것을 버리거나 그대로 남겨두었고 유일하게 책만 가지고 왔다.
120페이지에 있는 '작은 집'을 보면서 헨리 조지의 '지공주의'를 떠올렸다.
조물주보다 위에 계신 건물주는 이 책을 읽어도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구절이 있다.
"독서는 삶의 필수이지 취미란에 적혀야 할 것이 아니다."
현재 시골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책에 대해서 만큼은 소유욕을 버릴 수 없다.
저자는 e-book을 선호하며 종이책은 읽은 후 나눔 할 것을 권유하는데 아직 그런 경지까지는 힘들고
직접 종이책을 만지고 느끼며 봐야 해서 좀 더 수련이 필요하다.
오카자키 다케시가 쓴 '장서의 괴로움'에서 밝힌 장서가의 필수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처음 구매한 책인 줄 알았는데 이미 집에 3~4권이 있어야 하고
집이 기울어질 정도로 책이 많아야 한다.
아직 이런 경지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책을 소유해도 괜찮다.
농담이고
손을 떠나 쌓아둔 책을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나눌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본인이 필요 없다고 물건을 버린다는 표현이 나온다
페이스북의 지역별 그룹에서 이사를 하거나 폐업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나눔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무조건 버리지 말고 지역사회 주민과 먼저 소통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온갖 물건들로 넘쳐나는 세상! 물건에 노예가 되지 마시고 이를 극복하여 단순하게 사는 삶은 어떨까.
물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리고 자아를 찾아가는 인생은 어떨까.
덧붙여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도 같이 읽으면 미니멀리스트로 한 발짝 다가서는데 용기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