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전선, 철도, 지도, 제국, 그리고 물리학과 철학의 이야기
세계는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시간이 궁금하면 스마트폰의 '세계시계'를 통해서 또는 인터넷으로 시간을 쉽게 알 수 있다.
생소한 나라가 있다면 지도를 검색해서 위치가 어딘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럼 이러한 편리함은 언제부터 어떻게 가능했을까?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아주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이러한 정보들은 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역사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기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앙리 푸앵카레의 수학이 나온다!
이 책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는 '시간의 동기화', '시간의 좌표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어렵고, 수학이 싫고, 상대성이론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시간과 지도의 역사'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의 관계도 재미있다.
책에서는 앞부분에 푸앵카레를 다루면서 아인슈타인보다 더 깊이 있게 다루는 듯하다.
사실 아인슈타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지만, 수학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푸앵카레는 잘 못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철도와 전신을 놓고, 무선 통신을 확산시키고, 식민지 제국을 건설하면서 시계와 지도는 발달했다.
그렇지만 각 나라마다 도량형이 다르듯 각자 정하는 시간과 위치가 달랐다.
시간이 달라지고 경도가 통일되지 않으면 지도에서 정확한 위치를 표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전 세계인들은(물론 유럽과 미국인들 위주였지만) 시간(시계)과 지도를 통일시키기로 했다!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들과 연결을 시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과정들이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방대한 조사를 통해서 책으로 썼다니 저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계와 지도의 통일 못지않게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라는 동시대의 인물들의 역사적 기여도 주목할 만하다.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이 두 천재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역사적 업적을 이룩했다.
이러한 내용들로 파악해보건대, 두고두고 읽으면서 소장할 만한 가치를 가진 책이다.
과학자, 역사학자, 과학철학자들이 보면 아주 좋겠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더라도 즐거움을 줄 책이다.
비록 유럽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지더라도 그들의 업적은 퇴색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시계나 지도 제작(식민지 제국 건설)과 깊은 관련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