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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rwldms0823님의 서재
  • 일억 번째 여름 (양장)
  • 청예
  • 14,400원 (10%800)
  • 2025-05-16
  • : 9,000
p. 11 빨간색. 꽃들은 옛 조상들이 포도를 담가 만든 술보다 더욱 진한 붉음을 안다. 노란색. 어린아이의 웃음만큼 진실된 황금빛 미소를 알며. 하 얀색.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감추지 않는 투명을 안다. 온 세계에 짙은 향 이 커튼처럼 나부끼고, 날마다 새로운 무지개가 피어난다.

작가가 찬란한 자연의 색깔들에게 호흡을 불어 넣어 오감으로 감각할 수 있는 생명을 가진 인물을 탄생시킨 것만 같다. 청소년 문학이라 가벼운 마 음으로 책장을 넘겼다가, 첫 페이지부터 경탄스러운 문장들을 마주하고 마 음을 고쳐먹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p.52 자연에는 악의가 없다. 그래서 선의도 없다. 그들은 사람을 살리 거나 죽이기 위해 몸을 흔드는 게 아니다. 그저 흔들리니 흔들 뿐이다. 이 행위가 심판이 아니라는 것은 오히려 비극이다. 죄가 없다는 호소도 통하 질 않으니까. ... 그러니 우리는 재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 수록 두려움을 배운다. 생존이라는 건 이토록 기나긴 치욕이니, 노력하는 우리는 결국 나약한 우리다.

거대하고 강한 실존, 자연 앞에 무력한 우리의 모습. 그 가운데 실체 없이 휘몰아치는 내면의 두려움을 겹겹이 학습하는 인간. 치욕스러우나 그저 주 어진대로 몸부림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우리.

p.87 완벽한 측량에 감탄하면서도 자연의 개성이 거세되었다는 점이 칭찬보다는 조롱을 하고 싶게 만들었다.
자연이 아닌 것들이 만드는 시원함이란 이토록 징그럽구나.

더 이상 두려운대로 자연에게 이리 저리 끌려다닐 수 없겠다는 인간들이 결국 자연을 거슬러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창조물. 어쩌면 그것이 자연의 악의없는 심판을 더욱 부추기는 것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그저 눈 앞에 이득만을 쟁취해버리고마는 어리석은 인간들. 사고할 수 있는 동물이 나, 그 사고가 결국 본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는 아이러니한 존재.

소설이 감각적인 문장들로 끈적한 여름을 마음껏 감각해주어 좋았다. 또 순수한 사랑, 그러나 끝내 완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전개는 청소년문학스러워서 귀여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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