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림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한다. "그림책이니까 당연하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그림책들에서 글과 그림이 한 목소리를 냈던 것과 달리 이책은 글과 그림이 다른 목소리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글이 한가족의 더 없이 지극한 사랑과 즐거움을 이야기한다면 그림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포스런 이기주의를 고발한다.
현대사회에서 만연한 가족 이기주의는 그야말로 "레드카드" 감이고 단순히 경기장에서 퇴장시켜야 할 것이 아니라 폭탄으로 날려버려야 하는 것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는 작가는 우리에게 즐거움보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다른 어떤 매체가 작가의 소리를 이토록 리얼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줄 수많은 부모들에게 단순히 "이렇게 하면 않되지? 우리는 그러지 말자!"라는 교훈섞인 독후활동에 그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교훈을 찾는 다면 이책을 표면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될 것이다. 표지에서부터 "왜 바탕색이 빨강일까?", "왜 진입금지 표시를 그려 넣었을까?", "왜 폭탄은 맨 마지막 장에서 터지지 않고 첫 속표지에서 터지게 했을까?" 등등 그림의 요소요소들을 읽어내는 즐거움을 찾아내기 바란다. 작가는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눈으로 주고받는 시각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