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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똥님의 서재

무더운 여름날임에도 갑작스레 쏟아붓는 비에는 쌀쌀함이 느껴진다. 오돌도돌 양팔에 돋아난 소름은 분명 우산없이 빗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외로움 때문일게다. 내게는 우산을 들고 학교로 찾아오는 엄마가 없을 테니까. 

무척이나 바쁘고 유능한(?) 엄마를 둔 덕분에 내 어린시절이 그랬었다. 비가 오면, 그 비가 가랑비이건 소낙비이건 상관없이 그냥 그렇게 맞아야 했었다. 비를 맞으며 뛰어가다 우산 두개를 들고 종종 걸음을 치는 아줌마들과 마주치면 괜시리 심퉁이나 일부러 발을 굴러 물을 튀기기도 했다. 분명 내 어린시절이 그랬었다.

내 딸아이도 그랬겠지...때론 바깥에 비가오는 줄도 모르고 일에 빠져있는 엄마를 둔 내 딸아이도 그랬겠다.부러운 눈으로 다른 아이의 우산을 바라보고, 심퉁맞게 다른 아줌마들을 대하고 그랬겠다.

비오는 날에 느꼈던 외로움을 고스란히 대물림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처럼 아침부터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챙겨주지만, 오후막 내리기 시작하는 비에는 정신없는 아줌마의 건망증이 미리미리 우산을 챙기지 못한다. 분명 일기예보를 들었음에도 말이다. 내 딸아이에겐 숙직실 작은 양은 냄비에 뜨끈한 라면을 끓여주는 선생님도 없는데...

딸애 책상 위에 슬그머니 이책을 갖다 놓았었다. 그땐 아무런 감흥없이 읽는 것 같았다. 비가 오지 않아서일까? 오늘은 다시 이 책을 책상에 놓아줄 생각이다. 딸애에게 "먹구름 뒤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는 말을 책으로 대신하며 미안한 마음을 달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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