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정말 다수의 뜻이 실현되는 제도일까?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이 단순한 믿음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앞세워, 의회와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미국 우선’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며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더 나아가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을 해임하기 위한 법령 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며, 금융시장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미국은 삼권분립의 원칙 위에 서 있지만, 대통령에게 일정한 긴급조치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문제는 이 권한들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활용될 경우, 민주주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판단이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제도를 과연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는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은 다수결이라는 익숙한 원칙의 그늘과, 민주주의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특정 소수에게 집중되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뜻이 반영되는 제도라고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때로는 소수의견이 ‘슈퍼 거부권’을 쥐고 나라 전체를 멈추게 한다. 미국 상원만 봐도 그렇다. 인구 60만 명 남짓한 와이오밍주와 4,000만 명이 넘는 캘리포니아주가 똑같이 상원 2석씩을 갖는다. 이런 작은 주들이 “우리 반대!”라고 뭉치면, 미국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되는 사람들이 나라의 중요한 법안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은 자주 벌어진다.
대통령 선거도 다르지 않다. 전국 득표수가 더 많아도, 인구가 적은 주에서 선거인단을 싹쓸이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
한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에서 소수 강경파가 목소리를 높이면 국민 다수의 뜻과 상관없이 중요한 결정이 미뤄지거나 무산되는 일이 반복된다.
이처럼 ‘소수 의견 보호’라는 명분 아래 설계된 제도는, 때로는 다수 시민의 뜻을 좌절시키고 소수의 이익을 모두에게 강요하는 ‘소수의 독재’로 변질된다. 민주주의가 “모두의 합의”를 꿈꾸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못하는 합의”에 머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4년 12월, 우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라는 민주주의 파괴 시나리오를 실제로 마주했다. 다수 시민의 의사를 억누르고, 제도 바깥에서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위험한 충격이었다. 민주주의는 이런 내부의 균열과 권력 남용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바로 이런 위기의 순간에 묻는다.
“민주주의는 영웅이 아니라 시민의 손으로 지켜진다.”
다가오는 조기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다. 익숙한 제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누가 진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려 하는가? 누가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려 하는가? 우리는 이제 냉정하게, 끝까지 따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제도에 달려 있지 않다. 그 제도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는 결국 시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조기 대선, 우리는 진짜 ‘주인’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