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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뉴엘
plain and simple  2021/11/19 14:09
  • 루이스 부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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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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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매일 주어지는 24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 루이스 부뉴엘은 "두 시간의 아주 활동적인 삶, 그리고 22시간의 꿈꾸는 삶을 달라. 물론 내가 이 꿈꾸는 삶을 기억한다는 조건으로 꿈은 자기를 어루만져 주는 기억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으니까." 대답한다. 어떤 설명으로도 불가해한 꿈꾸는 기쁨과 그 꿈에 대한 광적인 사랑은 그가 지닌 강한 애착 중 하나이며 곧 초현실주의에 다가서게 된 이유다. 그의 처녀작 <안달루시아의 개>는 그가 꾼 꿈과 달리가 꾼 꿈이 만나면서 태어났다.

시골의 고요, 느리게 반복되는 리듬, 논란의 여지조차 없던 사회적 위계, 안전하고 감미로웠던 칼란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부뉴엘은 마드리드 대학시절 툽상스런 아라곤 출신 그와 달리, 마드리드에 철학을 공부하러 왔지만, 문인의 삶을 살고 있는 세련된 안달루시아 출신인 로르카를 만나며 새로운 세계를 보게된다. 이후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더불어 살바도르 달리 앙드레 브르통과 교호하며 시, 문학, 회화만 아니라 예술의 새로운 표현 수단의 장, 영화 감독이 된다.

그의 반半자서전 책에서 그가 태어난 스페인 칼란다는 고립되고 정체된 계급간 차이가 명확한 수평적이고 정돈된 사회였다. 모든 분야에서 제1차 세계대전까지 중세 시대가 지속되었다. 공격적이고 당시의 혐오스럽게 보인 도덕과 기존 가치를 거부하고 열정, 신비화, 모욕, 사악한 조롱, 파멸의 호소등을 예찬하며 사회를 폭파하고 삶을 바꾸는 초현실주의의 목표와 출현이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초현실주의는 일종의 호소였다.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이고 비합리적인 표현 형식을 실행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스캔들을 주요 무기로 사용해서 자신들이 혐오하는 사회와 맞섰다. 이들은 사회적 불평등,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종교의 지배, 식민지를 갖고자 하는 야만적인 군국주의 등에 대항했다.

스페인 내전 당시 오래된 꿈이 실현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루이스 부뉴엘은 어떤 슬픔만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스페인 내전에서 스페인 민중은 본능적으로 성당과 대지주를 공격했으나, 파시스트 진영의 가장 부유하고 가장 교양있는 스페인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보다 더 관대했으며, 프랑코의 진영 쪽에 있던 더 발전된 문화와 유복함이 끔찍한 일을 줄일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그러나 민중이 봉기한 스페인 내전 내내 루이스 부뉴엘은 파리에 살며 전시 상황을 지켜본 입장에서 드라이 마티니를 앞에두고 돈의 효능과 문화의 효능을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비겁하고 무신론자로써 젠체하는 것 외에 성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우연은 모든 것의 지배자다. 필연은 그다음에 올 뿐이다. 필연은 우연과 같은 순수성이 없다." 니힐리즘 몽상에 몸을 맡긴채, 역설적이게도 초현실주의는 관객의 비판적 지성을 약화시키고 관객에게 일종의 강요와 매혹을 발휘 한다. 예컨대 "초현실주의자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으며 사자처럼 광채를 발하는 앙드레 브르통의 아름다움, 이보다 더 섬세한 루이 아라공의 아름다움, 그리고 엘뤼아르, 크르벨, 달리의 아름다움, 눈이 맑고 새와 같이 놀라운 얼굴을 가진 막스 에른스트, 피에르 위닉, 다른 모든 이들. 요컨대 넘치는 자신감과 타는 듯한 열정을 지닌 잊지 못할 모임이었다(p203)."
"초현실주의는 시적이고, 혁명적이고, 도덕적인 운동이다." 일관되게 환기하고 달리스럽다.
"전통에서 나오지 않은 모든 것은 표절이다." 에우헤니오 도르스 p. 126

부뉴엘은 가식도 없고 현학도 없이 너무도 편안하게 말하며 지성과 위트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현학적인 태도와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를 증오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불호한다. 호오를 분명히 하는 19장은 독특한 그의 마초 기질이 순전하다.

이 책은 루이스 부뉴엘이 좋아해 마지않는 술과 담배 같은 책이다. 나는 담배피는 사람, 바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고 그랬던 적도 없지만, 나는 때로 내가 아주 가깝다고 느끼는 고독을 실행하는 사람들을 흉내내는 것 조차 능력 밖이다. 모든 예술적 발견과 취향 및 사유의 세련화를 넘어서, 타협을 모르는 명확한 도덕적 엄격성이 그가 초현실주의의 심장부를 통과하면서 얻은 힘이라 말한다. 이기주의, 허영심, 물욕, 노출증, 편의주의, 망각 등과 끝없이 충돌하나 이 유혹 중 어느 하나에 굴복하지 않는 규칙을 도덕적 엄격성이라 하는데 그들이 관조하는 삶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나와 다른 이 책의 결[흠]이다.

오늘 날 초현실주의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 대한 열광은 본래 일시적이다 —고 해도 이때의 문화 혁명을 책을 통해 환기해 보는 것은 몹시 즐거운 일이다. 초현실주의는 사소한 데에서는 승리하고 본질적인 데에서는 실패했다. 앙드레 브르통, 폴 엘뤼아르, 루이 아라공은 20세기 프랑스가 낳은 가장 탁월한 작가에 속한다.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는 가장 비싸고 가장 유명한 화가들에 속하고, 그들의 작품은 모든 미술관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요컨대 초현실주의 운동은 문학사나 회화사에 영광스런 진입은 성공했으나 세상을 변형시키고 삶을 바꾸는 본질적인 것에서 실패했다.

이 책에서 허심탄회하게 회고하는 인상과 풍경은 초현실주의 예술사와 거장들의 캐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흥미롭다. 너무나 솔직하고 급한 성정과 기질이 기억과 망각과 몽상을 오가며 소설처럼 길을 잃고 헤매는데, 여하간 그의 단언, 주저, 반복, 공백, 진실과 거짓말, 기억으로 이루어진 루이스 부뉴엘의 초상을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소한 스페인 지명 만큼이나 낯선 예술사조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청초하고 순수한 로르카의 시를 만나는 일은 또 얼마나 행운인가.
#도서협찬#루이스부뉴엘 #영화감독 #영화 #안달루시아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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