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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의서재
  • 사피엔스 (무선본)
  • 유발 하라리
  • 19,800원 (10%1,100)
  • 2015-11-23
  • : 78,870


  어느 영화에선가, 그런 대사가 있었다.


  인류는 자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땅을 황폐화시키면 다른 풍요로운 곳으로 이동해 그곳을 다시 파괴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지구를 잠식하고 다른 종을 몰아낸다. 그것은 지구상에 단 하나의 유기체와 동일한 속성이다. 그건 바이러스다. 인간은 지구의 바이러스와 같다.


  그런 입장에 크게 동의하는 편은 아니었다. 인간이 인간 나름대로 우리의 종을 발전시키며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들이 지구 역사상 전에 없는 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종은 가장 치명적인 종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종들도 번영시키거나 멸절시키고, 심지어 변형했다.



1.

  첫번째로, 인간이 대규모 군집집단을 이루기 시작한 농업혁명을 살펴보자. 인간은 이전 수렵생활을 정리하고 농사를 지으며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 때 동원가능한 숫자는 150명. 인간의 언어만으로 이룰 수 있는 최대 규모는 150명이다. 그 자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활의 질은 오히려 수렵생활을 하던 시절에 미치지 못했다. 수렵생활때는 농업을 위한 하수도와 정착지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즉, 전염병이 없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해가 뜰 때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일해야한다. 반면, 수렵생활은 1일단 4시간이면 하루를 버틸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농업은 생산성 면에서도 수렵생활만 못했다. 또한 농경사회는 병충해나 자연재해에도 취약했다. 수렵생활을 할 때는 근거지를 옮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근거지를 마련한 농업사회에서는 그 많은 자산들을 두고 이동할 수 없었다.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에 있어서도 농업은 수렵사회만 못했다.


 농업혁명으로 가장 크게 번영한 것은 '밀'이다. 농업혁명 이전 지구의 4퍼센트에서만 사용하던 밀은 이후70퍼센트 이상 지역에서 경작된다. 이는 인간이 밀을 위해 사회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수렵사회로 회귀하지 못했을까. 이것은 기원전의 일이라는 것을 주지해야한다. 당시 인간의 수명은 매우 짧았고, 이 문제가 부각되었을 때 수렵사회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피엔스는 거의 남지 않았다.

  그리고 농업이 마냥 유해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한 장소에 정착하며 대규모 군집을 이루게 되었고, 잉여생산물을 통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인류의 영웅들은 이 농업혁명으로인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쌀을 먹을 수 있는 계급의 사피엔스들이었다. 이는 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징인 '상상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더 큰 사회를 약속할 수 있는 상상력, 미래의 수확을 예측할 수 있는 상상력, 미래의 상황을 전술과 전략으로 풀어내는 상상력은 타 종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가져왔다. 더 많은 사피엔스를 결집하기 위해서 인간은 신과 국가라는 허구의 존재를 상상했다. 이후 신과 국가는 오랫동안 인간의 상상력을 지배했다.


 이 점은 네안데르탈과 같은 여타 인간의 종에 비한 우위를 가져왔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약자를 보호하는 정도의 발달된 사회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피엔스 종이 이룬 거대한 집단을 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동부아프리카에서 발원한 사피엔스 종이 전 지구로 퍼져나갈 때, 사피엔스가 새로운 지역에 도달한 시점과 해당 지역의 다른 인간 종이 멸절된 시점은 모두 일치한다. 현재 남아있지 않은 고대의 거대 동물들 또한 사피엔스가 도달한 시점에 멸종되었다. 우연이라고하기엔 너무 많은 실증 사례가 있다.



2.

  이후 인간은 과학혁명을 맞이한다. 산업혁명은 전지구의 패권이 서구로 넘어가는 시점이 된다. 이전까지 세계 총 생산의80퍼센트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동서 간 차이는 엄청났다. 과학혁명은 모든 것을 뒤집었다.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굴욕적 강화를 받아들여야했다. 왜 중국은 서구를 따라가지 못했을까?

  그것은 이전의 내용으로 돌아가, 상상력의 차이 때문이다. 서구의 과학적 사고의 근간은 알지 못하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무지의 인정'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동양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익숙치 않다. 이미 중세 이후 무지의 인정에 근거한 탐구심으로 해양술을 비롯한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서구와 달리, 동양의 철학은 하나의 사상가가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을 전제하고, 가상의 사상으로 세계를 구성했다. 그랬기 때문에 중국왕조 최대 전성기인 청나라 때에도 중국에는 산업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총과 화포는 기술을 베낄 수 있지만 사고방식은 복제할 수 없다. 그것은 오랜 환경 안에서 쌓아올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산업혁명으로 촉발되었을 때, 단시간에 따라갈 수 없는 차이를 만든 것이다.


  과학혁명 이후 세계로 팽창한 서구의 제국주의는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 서구의 제국주의는 이전의 제국과 전혀 달랐다. 과거 제국은 정복할 때 군대만을 필요로했다. 하지만 서구의 제국주의는 나름대로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우월한 백인이 세계를 계몽하고, 더 우월한 종이 타 종을 지배한다는 오만한 사상이었다. 따라서 거의 모든 항해와 정복에는 선교사와 과학자가 동행했다. 이 동행한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 명이 바로 찰스 다윈이다. 다윈은 항해단에서 지질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대학졸업당시 발탁되었다. 그리고 정복자들을 따라 미지의 세계를 탐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종의 기원"이다.

  아마 중국인들은 당시 이러한 서구의 과학적 탐구심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구는 적은 인원으로 멀리 떨어진 많은 사람들을 탐구하기 위해 인류학과 지질학, 역사학을 더욱 발전시켜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원주민을 이간질하고 분열시켜 더 효과적으로 세계를 지배해나갔다. 세계를 상상하는 과학적사고, 그것이 과학혁명이 촉발한 폭발적 인류 발전의 본질이다.



3.

  제국주의가 낳은 위대한 상상력은 또 한가지 있다. 바로 돈이다. 서구의 제국주의는 민간의 손에 의해 행해졌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의 성공비법은 바로 '돈'이라는 상상력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것이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에 승리하고 해상왕국을 이룬 비결은 바로 민간의 채권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반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왕국은 민간의 채권을 미루거나 파기하고, 법률보다 상위에 자리한 왕의 권한으로 돈을 주지 않는 민간을 괴롭힐 수 있었다. 반면, 네덜란드는 채권에 대한 거래에 대한 법률이 엄격했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때 강제하는 공권력을 발휘하기도했다. 자연스레 네덜란드에는 유럽의 자본이 집결하기시작했고, 스페인은 군자금 부족으로 연패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영국이 팽창하기 전까지, 네덜란드는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상인국가로 군림했다. 상인들은 신대륙 탐험에 '투자'했고, 심지어 직접 식민지를 건설했다. 수년 후의 잠재적인 수익까지 상상하여 현재의 자산을 투자하는 데까지 인간의 상상력은 뻗어나갔다.


  돈의 의미는 전 인류의 초월적 신뢰의 매개가 생겼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어디에 살고있어도, 언어가 달라도 돈이라는 약속으로 인류는 통합되어갈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 살아도 지구 반대편에 투자한다. 더 유연하게 자본과 자산이 투자되고 과학과 기술은 거기에 비례해 발전해나간다. 이러한 거래를 위한 상상력이 우리 사회의 법과 규율로써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농업혁명이 밀을 위한 인간사회의 재구성이었다면, 지금은 금융자본을 위한 규율의 재편이다. 신과 국가가 실패한 일을 돈이 해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제 전지구의 지배적인 종이되었다. 역사상 가장 높은 기대수명을 누리고 가장 낮은 영아사망률을 기록한다. 그것은 우리가 전지구의 생태계를 조작하는 전에없는 능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유발하라리는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인류의 발전이 인간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인류의 발전이 인간 개개인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역사가 무관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의 상상력은 절대다수의 행복을 구현할 능력이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종에 대해 돌아볼 때가 되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절멸시킨 종을 생각한다면, 이를 배려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피엔스는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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