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복잡하고 진중한 이 질문에 유시민이 시민을 위한 책을 썼다. 이런것도 언어유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나에게는 뿌듯한 드립이다.
이론가들이 국가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국가는 누가 다스려야하는지, 애국심이란 과연 좋은 미덕인지, 진보와 보수는 어떤게 규정하며 한국의 정치지형은 어떻게 생겼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유시민이라는 작가의 기량이 어떤 작가보다 탁월하며,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정확히 간파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
책을 읽는 내내 책의 구성에 감탄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지식이 어떤것인지 유시민은 정확히 알고있다. 그리고 글의 몸통은 작고 날렵해서 지치지 않고 읽어내려갈 힘을 준다. 여타 정치 서적이 근엄한 선생님같았다면 이 책은 나를 응원하는 똑똑한 형 누나같았다.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정치적 상황들을 나열하며 우리에게는 더 나은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그렇게 응원한다. 아마 정치혐오에 빠지려고 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줄 것이다.
책의 인상은 그러했고, 사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우리가 알고있는 내용이다. 알고있지만 설명하기 힘든? 그런 경험적이고 관념적인 직관이 텍스트로 구현되었다. 목적론적 국가와 자유주의자의 충돌, 전체주의와 자유주의는 특히 그렇다. 우리가 왜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지. 다른 성격의 두 주장을 우리가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전혀 다른 이 두가지 주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로서는 굉장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같은 책이었다. 한국에서 정치에 대해 한 번 더듬어보고자한다면 이 책이 고민해볼 거리를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