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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초자님의 서재
  •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 19,800원 (10%1,100)
  • 2011-02-15
  • : 14,867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우리의 삶에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있기는 한 걸까?

요즈음 시대를 보면 이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게 보이기도 한다.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 빠르냐, 느리냐가 가장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경제성, 효율성, 실용성이라는 말이 진리처럼 통용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서점가를 강타하는 많은 베스트셀러들은 자기 계발서이거나 재테크에 관련된 책들, 아니면 바쁜 세상을 힘들에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에세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시대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때로 삶에 대한 아픈 고민을 주는 철학이, 인문학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이 책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는 이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좋은 이야기 한편이 실여있다.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한 글이다.

이 책은 1961년 12월, 예루살렘에서 열렸던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을 기록한 책이다. 아이히만은 나찌의 유대인 학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관료였다. 아렌트는 당시 뉴요커의 특파원으로 이 재판과정을 상세히 볼 수 있었다.

이 재판의 기록은 당시 많은 사람들을 당혹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유대인 학살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사람은 사이코 패스와 같은 정신 이상자이거나 뼛속 까지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렌트의 기록은 이런 사람들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아이히만은 우리가 살면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만 이 사람은 자기의 직무에 충실했을 따름이다.

도대체 이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직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가?


예전에 고 김근태 의원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김근태 의원은 독재 정권에 의하여 끔직한 고문을 받았고 결국 이 고문 후유증이 김근태 의원을 죽게 했다.

김근태 의원이 어떤 자리에서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김근태 의원을 그처럼 잔혹하게 고문했던 사람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고문 중간 중간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집안 일을 걱정하고, 자녀들을 걱정하는 전형적인 우리네 소시민이었다.

어떻게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그처럼 악랄한 고문을 행할 수 있었는가?


아렌트의 책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히만이나 김근태를 고문했던 사람이나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강변할 수 있다. 자신들은 단지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아렌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들의 죄를 지적한다. 그들에게는 ‘순전한 무사유’의 책임이 있다. 자신들의 행동이 유대인들에게, 김근태라는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알지 못했다고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알지 못한 것, 생각하지 못한 것, 바로 그것이 그들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철학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성찰하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삶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 생각과 고민의 과정에서 철학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을 조금은 떨어져서 조금은 낯설게 보기 위해서 철학이 필요하다.

이렇게 할 때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더 이상 무사유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는 이처럼 우리의 익숙한 삶을 좀 낯설게 보고, 삶의 모습들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48명의 철학자들의 48개의 이야기가 있다.

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익숙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는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하여 나에 대하여,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공동체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자신의 익숙한 삶을 낯설게 보기 원하는 사람들은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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