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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1208님의 서재

<알렉시>에 이어 읽게된 유르스나르의 작품이다.

소설의 원래 제목은 번역자에 따라 <최후의 일격>이라 하기도 한단다.

(다른 리뷰를 보니 불어를 할 줄 아는 분 같던데, <자비의 일격>이라는 뜻이란다.

참고로 나는 불어를 고교 때 제2외국어로도 안 배워본 아시아쪽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사실...유르스나르 작품의 대부분 소재가 이런 것인 줄은 몰랐었다.

<알렉시>를 다 읽었을 때에도 <세 사람>마저 연관된 주제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드리아누스 회상록> 속의 동성애 문제는, 워낙에 시대가 시대인만큼

그리스, 로마에서는 동성애, 양성애가 사회적으로 공인된 것이었고,

(소크라테스의 글을 보다가 잠깐 '이건 뭔가?'하는 생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알키비아데스>도 그렇고 <파이드로스>도 그렇고,

그 심오한 철학 얘기 속에서(^^) 묻어나오는 도시 국가의 생활상에....

자못 당황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알키비아데스, 이 놈이 당시 난 놈이더구만.

궁금하면 한번들 읽어보시길. 당시 그리스의 중년 남자들이 성인이 되기 전의

미소년들에게 그렇게(!) 연정을 품었더구만. 오늘날의 점잖은 철학 전공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동성애와 다르지 않았을까 주석을 달아두었지만, 글쎄...내가 받은 느낌으로는 sexual한 관계까지

 간 것 같던데...?(고대인들이라고 그렇게 점잖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애의 역사는....생각보다 오래되었다. ....태초부터...그랬을까...?) 

또 하드리아누스 황제에게서는 동성애 문제가 주된 포커스가 아니었기에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할까?

 

<세 사람>은 <알렉시>보다 한결 복잡하다.

단순히 남성 동성애자 남편과 이성애자 부인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성 동성애자 남자(에릭)에게 자신을 던지는 이성애자 여자(소피)와

남성 동성애자의 연인이 바로 그 여자의 오빠(콘라드)라는 점이다.

-_-...... 읽기 전부터 긴장은 했었지만,

 어휴...사랑은...아무나 못한다.

역시 대충의 줄거리는 다른 분의 리뷰에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중언할 필요 없을 것이다.

 

내가 <알렉시>의 리뷰에서,

우정이라면 모를까, 남성 동성애자에게 행여나 연정은 품지마라고 한 말,

이 작품을 읽어보면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성애자 여성인 탓에, 비록 글은 에릭의 고백으로 전개되지만,

에릭의 눈에 비친 소피의 그 열정 부분을 읽기란....어후, 솔직히 내가 다 힘들었다.

그리고 남성 동성애자이면서도 양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에릭,

'이 시니컬한 놈!'하고 생각 했다가도, 그는 자기 말대로,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데 자신을 사랑해주

는 여자를  최대한 공손하게 대했던 인물이기도 했던 것이다.

여성분들이여, 명심하시라.

남성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 여성분들이 발산하는 그들에 대한 열정 앞에서

나르시즘을 더해갈 뿐 아니라, 심지어 역겨움과 반감을 가진다는 것을!

(가령, 본인은 마음에도 없는 남성이 "백 번 찍어 안 넘어오는 나무없다"는 태세로 구애할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는가? "백 번 찍어 안 넘어오는 나무도 있다"는 것을 단단히 가르쳐줄

태세로 거부하지 않는가? 에릭과 소피의 관계가 딱(!) 그렇다./ 물론 상황에 밀려서 구애를 받아들

이게 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알렉시>에서는 좀 더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동성애자의 형상을 느낄 수 있었다면,

<세 사람>에서는 남성 동성애자의 여성 혐오증(단순히 나의 감상에서 지어낸 표현이 아니라, 유르

스나르를 전공한 오정숙 교수가 소개한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 영원한 방랑자>(도서출판 중심,

2007)에서 나온 말을 인용한 것임)까지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

그런 에릭에게 자신의 전부를 바치는 소피.

"왜 여자들은 자기네들에게 운명 지워지지 않은 남자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하여 남자들

에겐 몹쓸 인간이 되거나 아니면 그네들을 증오하거나 할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말

이다." - 소피를 바라보는 에릭의 속마음이다.

 

모티브는 똑같이 남성 동성애자의 고백인데,

<알렉시>와 <세 사람>이 주는 느낌은, 사실 너무 달라서....

내친 김에 오정숙 교수의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영원한 방랑자>까지

결국 빌려보고 말았다.(-_-; 내가 지금 프랑스 작품을 볼 때가 아닌데...)

(오정숙 교수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르스나르에 관한 소개책을, 과연 누가 읽어볼까? 더군

다나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걱정하던데...^^* 희망을 잃지 마시라. 유르스나르의 작품을 1편이라

도 읽어보게 되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책도 이렇게 같이 찾아서 읽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만큼 유

르스나르의 작품은 낯선 한국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성인 유르스나르가 어떻게 남성 동성애자의 목소리로 이런 주옥같은 작품들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 유르스나르 자신이 레즈비언적 성향이 있었다고도 하고, 또 젊은 시절, 스스로가 남성 동

성애자를 사랑하기도 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시각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흠....유르스나르의 작품과 관련해서 소개된 작가의 연대기적 삶은

덕분에 <알렉시>와 <세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참고가 되기는 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걸리는 것은...

유르스나르는 작자 서문에서 집필 동기를 밝히기를,

작중 인물들의 타고난 고귀함 때문이라고 했다.

귀족 계급의 신분적 고귀함이 아니라, 타산적 계산의 철저한 부재를 고귀함이라 정의하면서.

(실제로 유르스나르는 유서깊은 귀족 가문 출신이다.)

문제는...내가 너무 동성애/이성애, 이런 것에 혹 하다보니 좀 더 깊이있게 읽어내질 못하겠다는

점! 단순히 동성애 문제는 아닌데...모르겠다...

(혹 했다고 해야겠지? 이제 좀 이해가 된다. 아시아인의 많은 배낭 여행담에서, 서구쪽 동성애자들

의 관심에 당혹스러워한 경험이 왜 그렇게 많이 회자되는지를. 일본쪽은 전혀 모르겠고...중국이나

한국의 고대 문헌에서, 동성애에 관한 기록이 있었는지...잘 모르겠는데...황제나 왕들의 향락적인

생활말고, <알렉시>나 <세 사람>에서와 같은 그런 동성애 말이다.)

우선 나에게 남아있는 과제를 끝내고서,

다시 유르스나르의 작품을 읽어보면, 그때는 제대로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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