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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1208님의 서재
  • 변화/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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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08-01
  • : 198

한국에서는 까레이스키 3세로 홍보하려고 하지만... 가장 러시아적인 정서를 대중음악에 녹여낸 사람같다. 락밴드 키노의 리더이자 보컬을 담당한 빅토르 최는.

 

1980년대 전자기타 하나 구하기 힘들어 통기타로 녹음한 키노 밴드의 첫 앨범 <45>,

한국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고서 구해 들었을 때, 특이하기는 한데 락밴드 치고는 사운드가 너무 소박해서....

한국에 정식 라이센스를 맺고 들어온 이 앨범에는, 1985년 이후 키노가 각 포지션을 정식으로 다 확보한 뒤에 양산한 히트곡을 중심으로 수록되어 있다.

리듬, 멜로디 구성, 악기 사운드가... 당연히 1980-90년대 영미권 로큰롤에 비해 많이 뒤쳐지는데...

그런데 이렇게 좋을수가! 말도 못 알아듣는 러시아어인데, 어떻게 곡이 이렇게 좋게 들릴 수가 있을까? 

'브리콜라주' 원주민들이 별 연관도 없는 재료들과 도구를 가지고, 이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상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칭한다고 하는데, 빅토르최의 이 앨범이 그 실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 너무 독창적이야...!

 

20대에 가사 쓴 내용도 참...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름에도 이것이 느껴질 정도이니, 러시아인들이 그렇게 빅토르 최를 잊지 못하는 것도 한편 이해가 된다.

그리고 빅토르 최가 이렇게 가사를 잘 쓴다는 것을 알아봐준 당시 (백인) 소비에트 락커들도, 지금보다 물질적으로 정치적으로 힘든 세상을 살아갔겠지만, 어떤 점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참 좋은 시절이지 않았을까?

 

레닌그라드 러시아 백인 사회에서 자라느라 얌전했고(얌전하긴 개뿔! ^^ 요즘 유튜브에 당시 러시아인들이 캠코더로 찍은 라이브공연- 공동 아파트 단지 내 공터에서 공연한 것이 당시 소비에트 락밴드의 라이브 공연이었다고 함- 을 보니, 야하게 춤도 추고 끼가 대단하더만.

"빅토르, 당신 자체가 너무 강렬하니... 야한 막춤은 자제를.... " ^0^)

소비에트 사회에서 비주류로 사느라 책을 벗삼아 자랐다던데...오늘날 러시아 꼬마애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올 때 꼭 한번씩은 들고 나오는 곡들을 남겼으니... 참.... ^^ 

 

예술가들은 남겨놓은 작업들뿐 아니라 그 인생 스토리와 함께 보면, 정말 마술사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유튜브에 당시 동영상 올리는 모든 키노의 팬덤들, 화이팅! ^^ (모두 러시아어로 설명하고 댓글을 달아서 그렇지, 당신들 덕분에 직접 기타치면서 노래 부르는 빅토르 최를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오~* ^^ ) 아... 진짜 너무 멋져!! <고요한 밤> <슬픔> 라이브 부를 때 중저음... 진짜 홀딱 반할 정도...

 

(*그리고 유튜브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1988년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고 해서 그 즈음에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만들어놓고 거리 공연에서는 이미 불렀다는 점. 아니...? 도대체 그럼 곡을 1년에 몇 개씩 만든 것일까...? 첫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한참 거리 공연하다가 간신히 데모 앨범식으로 냈다고는 하던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감안해도, 1982-1990년까지 1년에 하나씩 정규앨범을 낸 셈이던데... 계속 곡이 지속적으로 창작이... 되나? ^^(물론 인기곡은 4-5곡 중복되지만, 그래도 신곡이 기본 8-9곡이 된다는 점...) 진짜 세상에 와서 짧은 시간에 할 거 다 하고 간 사람...)

 

*궁금한 것이... 당시 소비에트 녹음 시설 문제인가...? 1988년 앨범에 수록된 <고요한 밤>은 그렇게 중저음이 두드러지지 않은데, 유튜트 라이브를 보면, 거 참, 완전 중저음으로 부르던데...(그것도 1시간 내내) 다행히 한국에서 파는 이 앨범에는 빅토르의 중저음이 잘 드러나긴 하지만.

에효, 현재와 같은 좋은 음향시설에서 한 3곡만 제대로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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