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는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지명으로 세계2차대전의 중요한 후퇴 작전이 펼쳐졌던 덩케르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최근작 <덩케르크>를 통해 알려졌다. 이 책은 덩케르크에서 펼쳐진 연합군의 철수 작전이 어떤 배경으로 펼쳐졌고,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영국인들이, 특히 영국 군인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책이었다.
특히 덩케르크 작전에서 연합군의 군사작전 뿐만 아니라 징용된 민간인들과 민간 선박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들이 위기에 빠진 자국 군인들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해 폭격과 침몰의 위험을 무릅쓰고 해안을 건너가 병사들을 실어온 이야기는 영국인들에게 위대한 신화로 남아있는 듯 하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 실제 민간 선박들의 역할은 군 선박의 성과에 비하면 매우 미비한 것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처칠의 민간인과 선박을 향한 외침이나 이러한 위대한 신화는 어찌 보면 굉장히 정치적인 메세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우군인 프랑스가 무너지고 전 유럽이 나치에 넘어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모든 국민이 자국 군인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비단 영국에게만 귀감이 되는 사건은 아닐 것이다. 위기에 빠진 군인들을 구하러 목숨을 걸고 뛰어든 당시 많은 영국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이 책 자체가 영국인이자 군인의 시각에서 쓰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당시 영국인들이 가졌던 생각과 군인들의 전문성, 경험을 우려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건 자체를 영국군 중심적 시각으로 서술할 수 있다는 맹점을 갖고 있다. 역자가 여러 부분에서 지적하였듯 저자는 당시 동맹국이었지만 자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항복한 벨기에를 비난하고 이러한 감정에 빠져 사실관계가 왜곡하기도 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영국군인들을 치켜세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을 폄하하거나 심지어 미국이나 소련의 역할을 애써 무시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자부심을 넘어 자만심으로까지 보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덩케르크에서의 철수 작전은 영국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사건이며 2차세계대전의 일부이다. 따라서 영국군인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사건의 서술자로서의 시각도 함께 갖고 있어야 했지만 그러한 객관적 태도가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또한 세계2차대전의 초반기에 대한 서술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 책은 네이버 포스트에 도서 내용을 연재하며 나치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고 프랑스가 무너지기까지의 초반기의 2차대전에 대한 설명하였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기대했던 내용 중 하나였다. 포스트 연재를 본 나는 이 책의 내용이 덩케르크라는 위대한 철수작전이 펼쳐지기까지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책 이름 부터가 ‘덩케르크’이기 때문에 덩케르크 그 자체가 중요한 내용이지만, 2차대전 초반기의 역사적 사건과 배경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 아쉬웠다. 그 내용은 초반의 일부 내용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내용은 덩케르크에서 일어났던 위대한 철수 작전의 일화들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일화를 모아놓은 느낌이 강했고 따라서 자국의 위대함을 상기하고 당시 영군인들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 영국인들에게는 적합한 도서일 수 있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쓰다보니 아쉬운 점을 더 많이 쓴 것 같지만 덩케르크에서의 위대한 철수 작전 그 자체와 그 상세한 내용이 궁금한 사람에게 정말 좋은 책이다. 역사적으로 덩케르크 자체가 궁금한 사람과 영국인들이 덩케르크 철수 작전과 세계2차대전을 대했던 자세와 태도, 처칠과 영국 군인들의 생각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며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2차대전 자체에 대해 다루어 준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2차대전에서 희생된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