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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의 서재
  • [전자책] [고화질] 35년 5
  • 박시백
  • 9,800원 (490)
  • 2020-01-31
  • : 19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병참기지화 정책으로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문을 연 우가키 총독의 정책과 조선에 대한 식민지 정책을 시작으로 30년대 사회주의 투쟁과 무장항쟁, 민족주의의 운동, 중국 본토에서의 항쟁, 기억해야 할 독립 운동가(여성)와 아나키스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1930년대 세계의 정세를 먼저 살피고 당시 조선땅에서 벌어졌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작가의 시선이나 의견을 거의 담지 않은 건조한 책이며, 대부분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들을 취합하여 만화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교과서의 만화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순 교과서와 다른 점은 보다 방대한 자료와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제주해녀투쟁, 노농조운동, 공산당 재건, 민생단/반민생단 사건, 조선-동아의 경쟁관계 등 교과서에서 알기 어려웠던 세부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거부감없고 어려움없이 전달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마 이 내용이 전부 교과서에 실려있었다면 많은 학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꼽아 보았습니다.
1. 일본 젊은 장교들과 군국주의

1차대전이 끝난 30년대 일본에서도 미국발 경제공황이 밀어닥쳤습니다. 이때 재벌 등 경제 기득권은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바빴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이때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키려는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일본의 젊은 엘리트 장교들이었습니다. 보통 시골 농촌 출신으로 재벌들의 행태에 불만이 쌓여갔고 이내 이를 방조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정치인, 장성, 관료 등이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문제를 제기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이 불만이 군국주의를 통해 표출되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젊은 엘리트 장교들은 극우 사상가들의 저서를 통해 만주침략, 중국침략 등의 꿈을 꾸며 군국주의와 전쟁이 유토피아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이 세계 주도권을 두고 최종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아시아 전체를 일본이 지배해야 한다는 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은 이들의 사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제로 만주침략과 중일전쟁, 제2차세계대전 등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폭주는 바로 이런 사상과 역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젊은 장교들로 구성된 이후의 일본군은 자신들만이 일본을 구할 수 있고 국익을 위한다는 독재적인 생각으로 의회와 내각 등을 무력화하며 폭주하는 군국주의 국가를 만들어 나갑니다.
방치된 사회문제와 불만을 품은 젊은이, 여기에 포퓰리즘적 극우사상이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2. 뭔가 결말이 애매한 제2장(사회주의 계열의 투쟁과 이재유의 트로이카 방식)

제2장은 사회주의 계열의 투쟁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운동을 위한 당 건설운동 등을 다루며 노조/농조운동, 제주해녀투쟁과 함께 이재유의 트로이카 방식의 운동을 소개합니다. 지식인들의 전위역할을 강조하던 이전의 방식과 달리 트로이카 방식은 대중과 아래로부터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강조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트로이카 방식의 이전의 실패했던 방식들과는 다르게 어떤 성공을 이루었거나 내지는 작가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어떤 성과가 있었던 것 같이 보이지만 책에서는 그러한 평가나 의미부여가 거의 없습니다. 그저 이재유라는 운동가가 생애를 바쳐 투쟁했던 내용과 해방을 앞두고 '옥사'했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사회주의 계열 운동이기 때문에 더욱 건조하게 다루었던 것인지 혹은 작가가 애초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장에 나온 트로이카 방식의 거창한 소개글에 비해 본문이 빈약해 아쉬웠던 대목입니다.
3. 민생단과 반민생단 투쟁

이 부분은 타지에서 운동가들이 겪었던 설움과 고생, 그리고 당시 어떤 조직에나 존재했을 스파이 검열에 대한 내용입니다. 민생단이야 친일파의 일장춘몽에 불과했던 조직이지만, 이 조직의 작은 불씨가 조선인 공산주의 운동가들에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오게 됩니다. 간도협조회 등 일본의 끊임없는 와해공작, 조선인을 향한 중국 공산당의 끊임없는 의심, 자기검열로 분열된 한국인 조직이라는 세박자가 결합하면서 대규모 학살극이 빚어진 것입니다.
책은 외부의 조그마한 충격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공산당 조직을 보여주지만 사실 여기에는 일본의 와해공작과 중국 공산당의 의심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후반부에 나오면서 더 깊은 이해를 하게 해주었던 대목입니다.

4.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김구의 다양한 모습들

이 파트는 김구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조망해주었던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김구는 임시정부를 끝까지 이끌었던 독립운동가로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람입니다만 독립운동 과정에서 김구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명암이 있듯 김구도 명암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승만의 탄핵을 끝까지 반대하거나, 반공주의적 모습, 한인특무대독립군이라는 사조직같은 무력단체를 운영하고 외부 독립단체와 연대를 거부하는 등의 모습은 김구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겪었던 모진 풍파와 분열을 생각하면 연대란 분열의 전주곡이고, 국제적 조직의 공산당은 그에겐 외세의 꼭두각시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끝까지 임시정부만을 외고집으로 밀어붙인 것은 결과적으로 오늘 날의 대한민국의 정당성과 뿌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간간히 김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김구의 언행을 통해 그의 사상과 생각을 유추해보건데 과연 마냥 긍정적이었을까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김구는 암살당했고 일어나지 않은 일로 그를 평가하려고 드는 것은 무리하게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확실한 것은 그는 독립운동가였고, 대한민국 정당성의 뿌리가 되었으며, 분단의 조국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통일운동가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한 운동가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가장 많은 재평가를 받을 인물 중 하나가 김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여성운동가에 대한 당대의 차별적 잣대

남자현이라는 운동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옵니다. 3.1운동 이후 그의 삶을 비춰보건데 그는 여느 남성 독립운동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무장투쟁, 암살폭력투쟁 등을 수행하며 한국의 독립을 꿈꾼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의 삶을 소개한 당시 신문은 그를 '남편의 죽음에 한을 품은' 사람, 망부의 복수를 하고자 한 것으로 소개합니다. 독립을 위해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지더라도 그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복수'라는 개인적 이유로 격하되는 것을 보며 당대 여성의 삶이 어떠했나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독립운동의 계기가 의병 남편의 죽음이었을지 몰라도 그의 독립운동 전체가 단지 남편의 죽음과 복수 때문만이라고 평가할 순 없을 것입니다.

이 외에 30년대 총독부의 조선정책에 대한 내용과 평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많지만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한국사에 관심이 있지만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기가 부담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데에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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