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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독수리의 서재
  •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 롤랑 바르트
  • 12,600원 (10%700)
  • 2018-11-20
  • : 6,182
'애도'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그러기에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소재의 책... 그럼에도 읽게 된 것은 올 한해 내 주변의 사람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을 겪고 또 그 소식은 듣게 된 일들이 몇 있었기에 어느 때보다 '죽음'에 가까이 하게 된 계기가 많았던 탓이었다.

'애도 일기'...
상실의 슬픔이 얼마나 크기에 단 시간의 혹은 일회적인 슬픔이 아닌 일기의 형태로 슬픔을 담아냈을까? 읽기 전부터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저자가 어머니를 잃고 이후 2년 간 써내려간 글이다. 1977년 10월 25일, 바르트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가 사망했고 그 다음 날부터 바르트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의 표제가 '애도 일기'라곤 하지만 짧은 메모들을 모아 놓은 형태이다.
일기를 쓸 당시 바르트는 노트를 사등분해서 만든 쪽지 위에 잉크, 연필로 메모를 하고 , 그 쪽지들을 작은 상자에 모아두었다고 한다. 이것들은 1980년 바르트가 사망한 후 30년이 흐른 뒤인 2009년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일자의 메모에는 '마망'을 그리워하는 바르트의 마음이 담뿍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는 그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주변인들이 건네는 말들이 그에게는 와닿지 않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슬픔은 내가 직접 겪지 않은 한 언제나 간접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적이기도 또 개별적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르트의 슬픔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그의 매일매일의 눈물, 절망, 상실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 어떤 느낌일지 감히 예측할 수 없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그의 마음을 담아 낸 글들, 문장들을 아름답다고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최근에 외삼촌을 잃은 나는 내 슬픔을 어찌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장례식에 참석하여 어찌하는 것이 나의 슬픔을, 내 마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일까 잠깐의 생각도 들긴했다.
그런데 괜한 머뭇거림이었다. 직접 맞닥드리면,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면 그러한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떠올리는 것, 그리고 억지로 슬픔을 억누르지 않는 것, 마음껏 추억하고 마음껏 아쉬워하고, 그리고 미안해하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애도였다.

그런 경험 후 이 책을 읽었기에 롤랑 바르트의 슬픔이, 애도가 과하게 느껴지거나 신파적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책 속의 글들이 모두 다 쉽게 읽히고 와닿은 것은 아니다. 짧은 문장임에도 어렵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기도 하는 문장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의 슬픔을 일반적인 규격화된(?) 양태로 드러낸 것이 아닌 자신의 양식대로 마음껏 슬퍼하고 애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슬퍼하기' 그것이 '애도'의 본 모양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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