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호재 '선맥과 풍류해석학으로 본 한국종교와 한국교회'
한국사상사와 종교문화의 좌표 비판적 진단, ‘종교개혁’ 위한 종교담론 제시
기사입력: 2022/10/28 [08:43] 최종편집:ⓒ 매일종교신문
김탁
서평● 이호재 '선맥과 풍류해석학으로 본 한국종교와 한국교회':매일종교신문 (dailywrn.com)
한국사상사와 종교문화의 좌표 비판적 진단, ‘종교개혁’ 위한 종교담론 제시
한국사상사와 종교문화의 좌표를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그 지향점을 제시한 주목할만한 저서인 '선맥과 풍류해석학으로 본 한국종교와 한국교회'(동연, 2022)가 최근 상재되었다.
저자인 이호재 전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의 종교지형은 ‘한국’과 ‘한국적 사유’가 배제되면서 세계종교의 외피를 입은 제국형 종교의 사유체계를 가진 직업 종교인이 종주국 신앙의 대리인으로 한국의 종교문화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가 한국의 종교와 종교문화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거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 점은 훌륭하다.
저자는 지금을 “탈종교와 초과학의 영성(靈聖)시대”로 이름짓고, 공간혁명과 시간혁명에 따라 이를 인식하는 인간 자체에 혁명을 요하는 미증유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저자에게 있어서 열린 미래는 인간의 내장된 “영성의 대폭발”이 전제되는 시대이며, 이는 궁극적 인간을 탄생시키는 영생(永生)의 기제인 선맥(僊脈)이 작용하는 때다.
이어서 저자는 풍류(風流)를 선맥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보고 ‘풍류선맥정통론(風流僊脈正統論)’을 거론하는데, “종교적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실존적 담론이자 궁극적 인간을 지향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구도(求道)의 정점에 대한 동방 후예의 문명사적 대답이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실은 풍류선맥정통론이 영성시대의 열린 담론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며, 무교(巫敎)와의 차별성을 분별하지 못하고 혼융된 상태로 이해되고 있다. 저자는 단정적으로 “선(僊)은 한국 종교문화의 기층을 형성하는 원류이자 본류”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교단 도교는 중국에서 자생한 제도종교이지만, 도교의 핵심사상인 신선사상의 원류는 동이족이다.”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선맥의 전통은 동이족이 살던 청구(靑丘)가 발상지이며, 선맥의 하늘을 개천한 사람은 동이족이다.”라고 한다.
한편 저자는 현재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격의(格義) 그리스도교” 현상으로 부른다. 격의 그리스도교 현상은 성서(聖書)의 정신과 상당한 영성적 거리를 가진 그리스도교 문화가 한국의 종교적 심성에 안착하지 못하는 종교현상이다. 구체적으로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라는 역사적 과오, 교회매매와 교회세습문제, 단군상을 우상숭배라는 문제, 한국 종교전통에 배타적인 선교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저자는 민족종교를 연구한 종교학자, 히브리대학에서 15년간 성서를 연구한 성서학자, 세계 신학계 동향에 밝은 신학자, 현실교회에 정통한 원로목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종교정보로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와 문화의 역사적 과오와 양적 성장의 폐단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하면서 저자는 한밝 변찬린(1934–1985)의 성경의 원리 4부작(개정신판, 2019)에 주목했다.
변찬린은 한국의 풍류사상을 신학의 지평에서 거론한 최초의 사람으로 한국의 선맥과 기독교의 부활사상을 상호교차적이며 융합적으로 이해한 인물이다. 풍류 도맥을 기초로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공한 인물로 재평가되어야 하는 변찬린의 저작은 ‘성경해석의 신기원’을 이룬 책으로까지 평가되기도 한다. 변찬린은 “성경은 선(僊)은 은장(隱藏)한 문서다.”라고 선언했는데, 이러한 시각의 탁월함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저자는 한국종교계 특히 한국신학계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의 총론과 개설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 세부적인 주제별로 쓰여진 각론을 저자는 한국종교와 한국교회가 포월적 상생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우주관, 신관, 인간관, 구원관, 구도관 등으로 분류하여 치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호재 교수는 신선(神仙) 신앙의 본고장이 고조선(古朝鮮) 문명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삼아 “한국의 종교전통을 선맥(僊脈)으로 체계화하려는 풍류해석학”을 지향한다. 풍류해석학은 “동이족(東夷族)의 신화적 역사 담론을 중추로 하여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의 종교문화를 수용하고, 근대 민족종교의 창조적 종교성을 포함한 현재적 해석으로 인류 문명의 미래를 밝히는 미래학(未來學)”으로 정의한다. 이제 이러한 저자의 대담한 가설에 걸맞은 세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며, 선맥(僊脈)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이 후학들에 의해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최근의 연구성과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검토하여 수용했다는 점이 매우 뛰어나다. 이제 새롭고 담대한 주제와 가설이 한국종교와 한국교회에 던져졌다.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정리하는지는 오로지 집단지성의 열정과 끈기에 달려 있다. 후학들의 건투를 빈다.
김탁(한국학대학원,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