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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s님의 서재
  • 표백
  • 장강명
  • 9,900원 (10%550)
  • 2011-07-22
  • : 3,410

너무나 완벽해서 더할 것이 없는 세상. 이렇게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가 계속되면, 책에서 나온 일이 정말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세연이라는 선도자가 없다는 게 아쉬우면서도 안도가 된다. 선도자를 자청한 세연. 예수가 없었다면 기독교가 생길 수 있었을까. 


챕터마다 발췌한 문구가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책의 화자는 나 다른이름은 적그리스도, 그리고 모든 사건의 시작은 "세연" '잡기'라는 이야기 속에는 적 그리스도(나), 재프루더(병권), 소크라테스(휘영), 재키(세연),제리(세화),메리(?) 루비(추윤영), 하비(선우)가 등장한다. 더이상 보탤 것 없는 완벽한 세상속에서 표백되어가는 20대를 말하고 있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게 진짜일까. 


세연은 이미 완성된 세상에서 주어진 역할이나 하면서 사는게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외모와 학점, 학교 홍보대사, 장학생, 삼성전자 합격 모든 것을 이룬 상태에서 고개만 들면 살 수 있는 얕은 연못에서 자살한 세연. 그런데, 5년 뒤. 이 자살선언을 잇게 만들 사람들에게 이미 세연은 죽음의 씨앗을 뿌려놓았던 것.


자신의 뒤를 따라올 제자들을 선택하고, 이끈다. 표백세대의 '자살선언' 하우두유리브닷컴으로 이슈화 된, 자살하는 재벌집 후계자 선우, 그리고 미국 유학 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자살하는 추와 회계사 시험에 합격 후 자살하는 병권, 결국 자살을 거부했던 휘영. 3년 뒤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7급 공무원인 '나' 그리고 그런 그가 만들고 싶어하는 디스이즈더리즌닷컴. 보는 내내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책의 첫부분 부터 흥미로웠다. 





“그런데 왜 청년들한테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하는 거죠?”

내 물음에 H그룹 과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늙은이들더러 도전 정신을 가지라고 하겠니?”


(주변의 웃음)


“도전 정신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젊은이고 나이 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가져야지, 왜 청년들한테만 가지라고하나요?”

“젊을 때는 잃을 게 없고, 뭘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그럴 때 여러 가지 기회를 다 노려봐야 한다는 얘기지. 그러다가 뭐가 되기라도 하면 대박이잖아.”

“오히려 오륙십 대의 나이 든 사람들이야말로 인생 저물어 가는데 잃을 거 없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은 잃을 게 얼마나 많은데……. 일례로 시간을 2, 3년만 잃어버리면 H그룹 같은 데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잖아요. 나이 제한을 넘겼다면서.”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경험이 남겠지.”

“무슨 경험이 있든 간에 나이를 넘기면 H그룹 공채에 서류도 못 내잖아요.”

“얘가 원래 좀 삐딱해요.”

누군가가 끼어들어 제지하려 했으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술을 마시면 멈추는 법이 없었다.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모르고 잘 속는 어른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 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랬지? 넌 우리 회사 오면 안 되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빈정대는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다.

“거 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이 대화로 인해 세연(재키)의 눈에 띈 '나(적 그리스도)' 그러나 세연은 그를 제자에 넣었을까 넣지 않았을까? 추와 엮이게 되는 그는.... 숨을 죽이고 읽었다.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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