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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을 잘 모르는데,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희귀본이라 SF 오덕후들이 헌책방을 뒤지며 찾았다는 전설의 책이다. 이 책은 1961년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휴고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엔 2008년 새로 매끄럽게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한 때 이 책이 히피들의 필독서였다고 하는데, 작가 하인라인이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군국주의를 예찬한 것을 기억한다면 좀 의외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화성에서 온 사나이 스미스가 지구에 와서 겪은 일대기이다. 처음에는 지구인에게 쫓기다가, 그 다음에는 거액의 유산의 상속인이 되었다가, 지구인에게 화성의 사랑을 설법하다가 다시 화성으로 올아가는(?) 이야기이다.

 

위의 스토리가 소설의 감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중심은 스토리 텔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읽는 것이 소설을 좀 더 재미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화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지구인의 이상한 생활에 대해 묘사되고, 그 다음엔 화성인의 입으로 들려주는 화성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미스의 말에 따르면 화성인들은 존경을 표하는 행동으로 죽은 사람의 몸을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아마존의 어느 부족이 추장의 지혜와 용맹함을 물려받기 위해서 추장의 시체를 요리해 먹는다는 이야기와 거의 상통한다. 아마도 로버트 하인라인은 이 책을 쓰기 전에 레비스트로스의 책을 읽었을 것이다.

 

이후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스미스가 종교의 지도자가 되어서 지구인들에게 새로운 사랑의 교리를 이야기 한다. 그가 제일 자주하는 인사는 "당신은 신입니다."라는 것이고, 일부일처제를 뛰어넘어 모든 인류의 자유로운 사랑(과 섹스)에 대해서 전파한다. 왜 이 책이 1960년대의 히피들의 필독서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보통 SF 소설들은 씌어졌던 시기 사회의 문제점이나, 그 시기에 생각하던 유토피아를 잘 드러낸다. 요즘 미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히피들을 보면, 이 소설에서 나온 "러브 & 피스"가 요즘 트렌드에는 걸맞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 정신이 SF 소설의 유토피아적 세계관과 어떻게 결합하고, 그것이 어떻게 문장으로 표현되는가를 보는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혹적인 일이다. 물론, 그 매혹을 느끼려면 760페이지라는 어마한 장벽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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