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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r의 서재
  • 있는 공간, 없는 공간
  • 유정수
  • 16,200원 (10%900)
  • 2023-06-20
  • : 3,506

"있는 공간, 없는 공간"은 상업 공간, 즉 마케팅에 관한 책이다. 





어떤 곳은 살아남아 시장을 선도하고 어떤 곳은 트렌드를 따라하려 하지만 오래 못 견디고 죽는다. 



온라인 컨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지만 어쩌다 휴일에는 집을 떠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휴식을 찾는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처음에는 '만약 내가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면 어떤 공간을 연출하면 좋을까?' 그런 가정에서 출발해서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이라는 게 나랑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흥미가 뚝 떨어지게 마련이다.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면 좋겠지만 그런 시대도 아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래 살아남는 매장을 기획하려면 요즘에는 어떤 식으로 만들면 좋을지 그 점에 중점을 두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 유정수 님는 "글로우서울"이라고 상업공간을 기획, 설계하는 회사의 대표다. 이력이 좀 특이한데 경제, 경영이 아니라 천문우주학을 전공했다. 


​​


공간 디자인 트렌드란 무엇인지 대한민국 핫플레이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는지 목차를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정보제공에 목적을 둔 실용서인만큼 소설이나 에세이와 달리 요점 파악이 필요하다. 



"있는 공간, 없는 공간"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6:4의 법칙 : 40%의 유휴 공간이 있는 매장이 살아남는다



2. 선택과 집중의 법칙: 사람들을 오게 만들 시설물이나 특이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3. 차원 진화의 법칙: 공간의 차원이 올라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부조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눈길을 끌만한 조형물을 만들 것 



4. 최대 부피의 법칙: 높고 큰 공간이 사람을 매혹시킨다 -> 층고가 높아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5. 경계 지우기의 법칙: 경계가 지워질 때 공간은 자연스러워진다 -> 가짜도 진짜처럼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라는 말. 



6. 세계관 구현의 법칙: 끝까지 밀어붙인 공간이 경쟁력을 갖는다 -> 대충 흉내만 내지 말고 철저히 구현할 것. 대나무를 심으면 몇 그루 꼽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숲처럼 보일 만큼 그렇게 심어야 한다! 



제목만 읽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의외로 책은 어렵지 않다. 



6:4의 법칙은 상업공간이라고 장사할 물건만 쫙 펼쳐놔서는 매력이 없다는 거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일부러 찾아올 만한 포인트를 만들어야 하고 장사는 그 다음이라는 뜻. 



즉 10이라는 공간이 있으면 10을 다 영업공간으로 쓸 게 아니라 손님들의 눈과 몸이 쉴 만한 4의 유휴공간을 할애해야 오래간다. 



그리고 그 40%의 유휴공간을 왜 가장 중요한 중앙에 배치해야 성공하는지 그 이유도 풀어준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향유하고 체험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백화점에도 물건만 사러 가는 게 아니다. 



쇼핑이 주목적인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카페에서 차마시고 수다 떨려고 가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백화점의 중심에 어찌보면 객단가가 떨어져보이는 카페가 점점 늘고 있다. 일단 머무르는 시간이 길면 지갑은 열리게 마련이니까.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기획한 상업공간의 성공예시가 나와있다. 청수당, 온천집, 우물집 등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지우고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대형 볼거리를 집어넣은 "원더"라는 것도 포인트이다. 





부조가 아니라 3D, 4D로 사방에서 볼 수 있는 입체적인 형태여야 한다는 것. 



인테리어를 할 때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이유도 알려준다. 



일반인들이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상업공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왜 가게를 집처럼 꾸며서는 안 되는지 감탄하면서 읽었다. 



오래 한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과 길어야 10분~1시간 이내 잠깐 머무는 공간은 기획단계부터 달라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상업공간은 꾸미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디에 어떤 식으로 힘을 실을지 서비스 역시 1부터 10까지 다 할 수 없다면 어떤 점은 가격대비 남보다 낫게 하고 어떤 점은 생략할 지 정하는 게 필요하다. 



프렌차이즈를 한다면 본사에서 다 꾸며주니 이런 고민이 필요없겠지만 본인이 사장이 되어 개인사업을 하거나, 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트랜드를 따라갈 게 아니라 트랜드를 만들어가려면 시대를 읽어야 하는데 플랜테리어에 대한 이해와 그 적용 예시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 교외의 어느 멋진 곳을 찾아간다면 자연이 어우러진 넓고 층고가 높은 곳을 선호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도 풀어준 게 좋았다. 


​​


다만 예시로 나온 더현대서울은 막상 가보고 실망한 케이스인데 결국이 천장이 막혀있는 건물이라 답답함을 느꼈고 실제로 돌아다녀보고 그렇게 넓은 면적은 아니구나 금새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고 뭐 한 가지라도 먹으려고 하면 줄을 엄청 서야 하는 것도 마이너스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비교군으로 나온 스타필드 하남이 훨씬 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크고 시원해보이는 첫인상은 실제로 큰 것을 이길 수는 없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즉 기획자의 의도는 훌륭하지만 어떤 공간의 본질을 속일 수는 없다는 거. 그럼에도 이보다 100배는 작은 소규모 업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라면 효과는 충분할 것 같다. 



똑같은 평수의 방이라도 층고가 높으면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테니까. 



특히 마지막 챕터가 흥미로웠는데 왜 상업공간에는 과할 정도로 콘셉트를 강조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나와있다. 짧게 머무르는 만큼 다소 질릴 정도로 충분히 강조해야 그곳에 잠깐 머무르는 손님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맥시멀리즘을 강조한 매장에는 소품이 많았고, 대나무는 20~30그루가 아니라 100그루이상 빽빽히 심어야 하는구나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상업적 공간에 대해 책 한권 읽지 않고 감에 의지해 인테리어를 하고 매장을 낸다는 건 참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전재산을 쏟아부어 시작하는 일이라면 공간연출을 직접 하진 않을지라도 어느 정도 이해는 쌓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수없이 망하고, 흥하는 개인업장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상업공간에 관해 대중적으로 풀어준 책이라 그 점이 좋았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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