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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r의 서재
  • 1984
  • 조지 오웰
  • 10,350원 (10%↓570)
  • 2022-04-20
  • : 2,111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작품 중 하나만 읽어야 한다면 단연 198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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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를 아직 한번도 안 읽어본 분들도 빅브라더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듯. 그만큼 전체주의의 통제를 상징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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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이후 각종 에세이, 잡지, 실용서, 자기계발서는 쉽게 읽으면서 소설 특히나 영미소설은 좀처럼 손이 안가는 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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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100p는커녕 아예 손에 들지를 않았는데 학창시절보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소설에 대한 흥미가 많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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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불길한 현상들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체주의가 한층 더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일 뿐입니다-조지 오웰(1944년 노엘 윌멧에게 보내는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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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내용, 사랑타령에 싫증난 나 같은 독자들이라면 부디 다른 책은 제쳐두고라도 조지 오웰의 1984는 한 번쯤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만큼 소설계에서 저멀리 떠나간 냉담자들도 붙잡을만큼 충분히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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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라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 p.16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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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국의 한 부서에서 프롤레들을 위해 비슷비슷하게 내놓은 수많은 노래 중 하나로 가사는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이 작사기라는 기계가 만든 것이었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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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에 1984년의 미래를 내다보며 그린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말, 나쁜 곳)는 지금도 유효하다. 아직도 전세계에서 전쟁이 끊인 날이 없고 공산주의 국가에서 반체제 인사를 잡아다가 고문, 세뇌하는 기술도 잘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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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잔인하고 찬란할수록 어른 독자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나에게만 있는 마의 100p 장벽이 전혀 없이 초반 30p도 안 되어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에게 푹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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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39살의 중년 남자, 그 자신은 정맥류궤양과 나이 때문에 그닥 자신감이 없는 듯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멋진 주인공이다. "사랑해요"라는 위험한 쪽지를 26~27살의 줄리아에게 받은 것도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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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최첨단 기계가 등장하는데 이른바 텔레스크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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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를 출간한 때가 1949년인데 그 때 이미 텔레비전+스크린의 준말(이겠지?)인 현대판 cctv 텔레스크린의 개념을 쓰다니 놀라웠다. 천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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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배경은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만 존재하는 세계이고 이 세 나라는 늘 전쟁중이며 주인공은 오세아니아의 런던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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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스미스는 진리부의 기록국에서 일하는 외부당원으로 국가 기관에서 다른 당원들과 함께 기록 관련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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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빅브라더의 눈을 피해 몰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사고의 시작인 셈이다. 걸리면 사형이나 최소 강제노동수용소에서 25년형을 선고받을 만한 큰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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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인 사임은 신어전문 언어학자인데 단어의 파괴, 사고의 폭을 줄이는 게 신어의 목적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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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단어가 계속 줄어들고 의식의 폭도 조금씩 작아지면 생각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임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중에 증발한다. 당이 그를 숙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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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모두는 맡은 바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그 댓가로 싸구려 물건과 맛없는 음식을 주기적으로 배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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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도 부족해서 면도날 같은 것도 몇 달씩 기다리기 일쑤인데 겨우 구두끈 따위가 초과 생산되었다고 기뻐하는 뉴스를 보자면 북한 생각이 절로 나서 쓴웃음을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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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그냥 허무맹랑한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란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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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선전, 구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그런 유인물을 만들고 일반인들을 세뇌하는 게 그들 당원의 일이지만 점차 그런 전체주의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환멸을 느끼고 들키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쓰는 윈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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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빅브라더를 숭배하면서 가상의 적 이매뉴얼 골드스틴을 만들어 증오한다. 사실 그 누구도 빅 브라더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대마왕 같은 주적으로 등장하는 골드스틴 역시 당이 만든 가공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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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뭐든지 할 수 있다. 과거를 조작하고 있던 일을 없게 하고, 사람도 증발시키며 숙청을 할 때 아예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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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서는 과거를 조작해 현재를 통제하여 미래까지 손에 넣는다. 그런 일련의 모든 작업은 굉장히 주도면밀하고 직장동료, 이웃, 가족까지 서로를 고발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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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계급은 맨 아래 하층민인 프롤레인데 프롤레타리아의 준말이겠지. 여기서는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사회의 가장 힘든 밑바닥 노동을 평생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부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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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윈스턴은 프롤레에게만 희망이 있다고 봤다. 가장 무시받는 그들이야말로 당이 지배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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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필연적으로 당에 사상범으로 체포된다. 그 자신도 언젠가 자신과 비밀 연인 줄리아가 당에 붙들릴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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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턴과 오브라이언을 믿은 윈스턴을 조심성이 없다고 타박하기엔 그가 체포되기 7년전부터 현미경 감시를 당해왔다는 게 밝혀지며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나중에 보면 윈스턴은 처음 붙잡힌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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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1984의 빅브라더를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그를 사랑하면서 죽을 때까지 지옥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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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후 감방에서 그는 아는 동료를 만난다. 땀냄새 폭발하는 뚱보 파슨스. 그를 고발한 사람은 어이없게도 7살난 자신의 딸인데 파슨스는 오히려 딸을 자랑스러워한다. 배운대로 했으니 잘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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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블랙코미디이다. 어딘가 쓴웃음일지언정 웃음의 포인트를 잘 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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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근육질 엉덩이 사이에 끼고 나니 순간적으로 내장이 모두 곤죽이 된 것 같았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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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내려 좁은 감방 안에서 푸짐한 볼일을 보는 파슨스를 보지 않기 위해 윈스턴이 얼굴을 가리자 텔레스크린이 고함을 친다. "6079 스미스 W! 얼굴 가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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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텔레스크린, 오브라이언에게 자비란 없다. 그들은 각종 고문으로 인간성을 파괴하고 생각을 없애며 건강한 성과 성욕을 말살한다. 당원들에겐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 쓸데없는 일을 끝도 없이 하고 각종 행군, 이벤트, 단체 활동으로 쉴 틈없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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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물질화해서 결혼과 가족제도조차 해체하고 당에 예속시키며 남녀간의 사랑을 빅브라더에 대한 사랑으로 바꾸고, 남의 잠자리, 꿈속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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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갇혀서 오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당지도부에게 윈스턴은 결국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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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장 소중했던 줄리아와의 사랑도 살기 위해 팔아먹었다. 1984에서는 그 방식이 참 교묘했는데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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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스크린으로 사람을 감시하면서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윈스턴의 경우 쥐) 고문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면 결국 연인이든 부모든, 자식이든 팔지 않고는 못 배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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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부 청사 지하감옥 101실에서 죽음은 사치이고 총알은 늘 기다려오던 꿈 같은 수단일 뿐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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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윈스턴을 계획적으로 살려두면서 학대하고 얼마인지도 모를 시간동안 결박, 전기고문, 구타, 굶김, 최악의 위생상태를 초래해 30대의 윈스턴을 수십년 병든 노인같은 몸으로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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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울을 보고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윈스턴에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자비로운 당에서 이빨이 다 빠진 윈스턴에게 새틀니를 제공하는 것을 보며 경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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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의 매력적인 윈스턴 스미스,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쪽지도 받던 그가 못생긴 오브라이언 따위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는 대목에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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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은 결국 그들에게 생각하는 모든 힘을 빼앗긴다. 당이 2+2=5라고 하면 5라고 순순히 대답한다. 당이 원하는 것은 2+2=4라고 말하는 윈스턴이 당이 5라고 우기면 5라는 것을 사실로 믿는 단계였다. 그저 당이 원하는대로 말해주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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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이 줄리아를 팔아먹고 간신히 풀려난 후 가장 크게 빅브라더에 대한 사랑을 느낀 순간(세뇌의 마지막 단계) 자비로운 당의 총알이 윈스턴의 뒤에서 머리쪽으로 날아온다. 1984의 결말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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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일부러 윈스턴을 살려둔 것이다. 윈스턴에게 생각하는 힘 자체가 없어지고 2+2가 5라는 것을 믿을 때, 이중사고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윈스턴에게 올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린 거지. 그는 오브라이언에게 선택받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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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4+4=5라고 순순히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2+2=4라고 말한 윈스턴에게 집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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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도 허락되지 않는 저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끈질긴 감시와 폭력 아래 하나의 육체를 가진 인간이 사람으로 견디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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