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세상의 모든 게이가 푸른 색으로 변한다면 어떨까요? 글쎄요, 게이더의 정확성이 좀 떨어지는 퀴어들도 애인을 찾거나, 비슷한 정체성의 친구를 찾는 데 더 이상 애를 먹지 않겠죠. 다양한 작가의 짧은 소설 여러 꼭지가 묶인 이 책은 퀴어 청소년의 이야기를 듬뿍 담고 있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몇 꼭지를 소개해볼게요. 청소년 퀴어 문학이라 그런지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많은 이야기가 해피엔드로 끝나서 너무 부러웠습니다. 엄마는 할머니가 충격을 받으실 거라고 커밍아웃을 만류하지만 오히려 할머니가 엄마보다 커밍아웃을 잘 받아 주시는 내용에서 눈물이 났어요. 할머니는 어린 시절에 유대인이라서 받은 차별의 기억이 있어서 레즈비언 손녀의 마음을 잘 이해하시는 거죠. 저에게도 어쩌면 이런 친척이 있을까요? 기다려 봐야겠죠. 학교에서 쫓겨나는 에피소드에서도 울었어요. 레즈비언이라서, 기숙사에서 침대를 붙여 놓고 써서, 누가 봐도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서. 저에게도 흡사한 일이 있었거든요. 학교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기숙사에서는 저와 애인에게 풍기문란이라는 사유로 징계를 내렸고, 가족에게 우리 사이를 통보했고, 학교에서 겪는 괴롭힘을 방관했어요. 테아와 신시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슬프고, 때로는 우습고, 조금은 부럽고. 이 책은 청소년 퀴어의 삶을 정말 잘 담아내고 있어요. 청소년 퀴어, 또는 한때 청소년이었던 모든 성소수자, 앨라이, 그리고 성소수자의 가족과 친구, 주변인이 꼭 읽고 책에 푹 젖어 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