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생각과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에세이입니다. 작가 율라 비스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여러 책을 집필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소비, 일, 돈 등에 관한 자신의 이중적 욕망을 진솔하게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친구와 함께 미술관에 갔는데,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너무나 피곤해서 무한 반복 재생되는 전시 영상을 구경하는 척 앉아 있었답니다. 그러다 미술관을 나올 때 입구에 있는 기념품 숍에서 갑자기 생기가 돌았습니다. 자신이 갖고 싶었던 목걸이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거금을 주고 그것을 샀을 때 이상한 성취감이 저녁 내내 그녀를 사로잡았답니다. 확실히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물건과 관계를 맺도록 장려합니다. 이것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대해 간파한 중요한 사실입니다. 저자는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는데, 자신이 이 집을 소유하기보다 보살피는 것에 가깝다고 고백합니다. 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있고, 자산의 가치도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을 돌보는 것이죠. 그녀가 집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집이 그녀를 소유한 것입니다. 작가는 “집은 투자가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할아버지의 경고가 번뜩 떠올랐습니다.
일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여가(leisure)란 일할 필요가 없는 계급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갤브레이스는 <풍요한 사회>에서 미국에는 더 이상 유한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여전히 일합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충족감을 느끼기 위해, 일 자체를 보상으로 여기며 일합니다. 그들에게 급여는 <위신의 지표>이며, 위신은 존경과 함께 만족감의 원천입니다. 한편, 율라 비스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의존합니다.” 작가로서 글을 쓰고자 한다면 작업할 공간과 시간이 있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것입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작가이기를 꿈꾸지만, 돈이 없으면 작가로서 글을 쓸 수가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나도 한때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한다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결혼하고 몇 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이삿짐이 엄청나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곤 했습니다. 버리고 버려도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이 쌓이는지요? 내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나를 소유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나는 해마다 책이 쌓여갑니다. 더 이상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도 여러 추억이 묻어있어 쉽사리 처분하지 못합니다. 내가 책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예술을 즐기며 어떻게 무언가를 소유하고 또는 무언가에 소유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