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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의 사진처럼 읽는 서재

 

딸아이가 대학 2학년 2학기 즈음, 서서히 장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공시 준비할까 싶다는 선언을 했다. 이른바 문송. 당초 가고 싶어 했던 영문학으로 진학을 못했던 미련이 2년 내내 전공에 대한 회의만 쌓다가, 결국 선배들의 진로에서 공시 합격 소식에 자신도 모르게 젖어 들었던 심리적인 분석을 스스로 내놓았던 결과였다. 뭐 나에겐 큰 조카도 인천에서 고용노동청 공무원이고 하니 집안에 공직에 나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해서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고 지난 해 연말쯤 시골 와가 집인 외할아버지 주소로 주민등록까지 옮겼으니 지방직 행정 직렬로 뜻은 세웠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딸아이는 나와는 성격이 정반대이다. 생김새는 아빠를 무척 닮았는데 성격은 엄마를 더 닮았다. 뭔가 고정적이고 시키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 제 엄마랑 비슷하다. 난 불규칙적인 걸 좋아하는 것도 나와 다르다. 그러니 공직 스타일이라는 게 딴 생각 없이 매뉴얼적인 방식을 딸아이는 더 선호하는 편이라는 거에 비추어 보면 제가 할 결정을 스스로가 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장차 직업을 가질려는 계획도 그런 성격의 영향도 많이 받나 보다.

 

최근 들어 경기가 하락하기도 하고 해서 전부터 대기업의 구조조정 일 순위가 40대, 50대의 명퇴 소식이 더 많이 들린다. 나야 중소기업이다 보니 취업규칙이 별도로 없으니 정년이란 개념이 없지만 눈치를 보자니 55세 넘기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를 감지된다. 그간 업무에서도 잔잔한 기억력 감퇴나 기민한 업무 대처 능력이 저조하고 소소한 업무 차질은 엄청 스트레스였다. 아 이래서 50을 넘기면 실무에서 손을 떼야 하는구나를 스스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말은 직접 하지 않아도 소소한 업무의 차질에서 벌어지는 오너의 노발대발은 말할 것도 없고 옆 직원들에게까지 민폐로 작용하는 경우가 생기면 진짜 나도 늙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지경이다. 그래 나이 들어감으로써 30대의 반짝이던 총기는 사라진다. 그간의 경험으로 맥락은 짚어도 디테일한 업무의 방법은 많이 변했다. 이렇기에 경험은 전수하면서 빨리 습득하는 후배들에게 업무의 줄기를 짚도록 넘겨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상황으로 감안해서 딸아이에게 졸업 때까지만 유지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으나 공시 준비로 2년은 더 연장해야 할 의무가 생긴 셈이다. 음... 어떻게 버텨야 하지?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당연히 본인 스스로도 압박감은 클 것이다. 시험이란 합격과 불합격이란 결과로 모든 과정을 대신해버린다. 시험은 항상 높은 경쟁률을 보이지만 결국은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 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커트라인 안에 드는가 마는가 이 차이이다. 비교론의 시험이란 이렇게 피를 말리는 것처럼 버겁다. 물론 신춘문예보다는 훨씬 쉽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시험 준비 전에 미리 공부에 대한 자신의 맨탈을 다지라는 의미로 이 책을 사줬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공부를 포기하라고 하는 책의 제목이 꽤 동기를 유발했으면 하는 바람도 섞여 있었다. 이왕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코피 터지도록 그 시간에 자신의 지능과 한판의 대결을 펼쳐 보는 자기 조절력에 제어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염원이 이 책을 선택하고 읽도록 권했다. "역시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몇몇 일부 천재적 암기력을 보유한 사람들보다 "공부가 제일 어렵다"라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일반적 평가이다. 어차피 공무원 시험은 암기력 시험이다. 두꺼운 수험서의 지식을 머릿속에 문신처럼 새겨서 시험 문제의 정답과 오답을 걸러 내서 정답을 많이 적는 사람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즉 암기력이란 암기라는 지능의 문제이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논리적 이해력과는 다른 시험이다. 얼마나 암기를 폭넓고 깊게 그리고 많이 외우느냐 이것의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이해력이 좋은데 암기가 안된다면 공무원 시험은 안 보는 게 맞다. 철저히 외워서 시험문제에 외워진 지식으로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라는 거다. ​암기력은 결국 반복적 효과이다. 외워질 때까지. 그리고 외워진 것이라는 입력이 지워지지 않도록 각인시키는 시간이 필요한 시험공부이다. 일단 암기가 안되면 시험공부는 무의미하다. 외운 것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반복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해도 회상이 안돼도 시험에 통과가 어렵다. 반복은 계속 입력의 되새김 작용이란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공부의 기간을 결정한다. 누구는 6개월 공부하고 합격을 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몇 번에 걸쳐 해도 떨어지는 경우만 봐도 그 개개인의 암기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얼핏 이 책을 전체적 맥락을 훌터본 바, 거의가 시험 공부의 방법론이다. 처음 공부가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의 입시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에서 학기 중 시험 등 살면서 많은 시험을 본다. 시험을 보면서 항상 공부가 없는 시험이 없듯이 자신만의 공부가 필요하다. 그럴 때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살면서 어떤 동기에 의해서 무수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나 또한 50대에 들어 인생 후반을 위해 자격증 공부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말이다. 살면서 미리 따 놓은 자격증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 앞날의 인생은 알 수 없고 또 어떤 공부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공부를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 만큼은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맨탈을 다지는 것이 앞으로 어떤 시험이 생길지도 모르는 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인지 담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듯하다. 공부는 노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요즘처럼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가 대세인 것처럼 효율적인 공부로 단시간에 합격이라는 소기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간은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고무줄이 아니다. 시험 공부는 공부에 걸맞은 나이가 있다. 장기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공부가 있다면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하는 공부도 있는 법이다.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단기간의 시험공부는 그만큼 시간을 아끼고 비용을 줄인다. 딸아이에게 딱 두 번의 기회를 말했다. 공부는 무한정으로 합격할 때까지 도전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두 번 정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다른 길을 찾는 편이 인생 전체의 길이에서 나은 방법이다. 3번 4번 해도 가능한 물질적 뒷받침도 어렵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면 처음 시작부터 독한 마음으로 면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왕이면 첫 번의 도전에 성공하면 좋겠으나 자칫 실수나 노력 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 그다음은 처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재도전까지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두 번 이상 안된다면 그건 자신의 길이 아닐 수 있다. 그것만이 절대적이거나 필수도 아니다. 인생은 많은 가능성의 복합체이다. 시간은 단선적이지만 가능성은 항상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론으로 공부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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