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담백하다.
ssong 2020/06/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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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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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 2020-05-20
: 59
김대호 시인의 시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해보았다. 책장을 덮고 나서 느낀 생각은 '아, 이 분 슬픔도 고통도 아픔도 참 담백하게 그려내시는구나'였다.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있을 터인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시는 읽을 때 감정소모가 심한 편인지라 김대호 시인님의 시는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대신 극도의 어두움을 담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시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면 한 없이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주위의 사물과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책이라고 느꼈다. 굳이 어려운 단어와 문장들로 물음표를 자아내는 시집이 아닌, 공감을 일으키는 시집 말이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져 있었고 해설이 마무리를 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주옥같은 말들이었다. 시집을 읽을 때마다 어쩜 이런 말들을 생각해내는지 참으로 신기하다는 독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맘에드는 시가 몇 편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소리라는 음식》이다. 학생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오감의 작용이 이 시 안에서 다 이루어진다. 특히나 마음이 갔던 구절을 말해보자면,
'어느 저녁에는 싱크대 물소리를 듣다가 오열한 적이 있다. 또 어느 가을에는 연애편지를 나무 밑에 묻으려고 산에 갔다가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와 오래 얘기하다가 내려온 기억도 있다. 누가 나를 나쁘게 하지 않아도 나는 알아서 나빠졌다. 나쁜 것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변성기가 지나고 얼마 있으면 노안이 오고 노안으로부터 틀니가 멀지 않듯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내가 나빠지는 것은 내 인생의 목록 적당한 순번에 이미 기록되어 있었기에'
이 부분은 시인이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기에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난 말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인생의 변화가 슬픔으로 다가오더라도 받아들이고 예정된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 운명에 체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예정된 것은 미리 마음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되려 나를 지키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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